◎여론 동향보며 「투쟁수위」 정할듯/정부강경·국민비판에 파국자제/이해대립 첨예 충돌가능성 여전줄곧 극한충돌 양상으로 치닫던 한·약분쟁이 19일의 한약조제시험이 큰 불상사없이 치러진 것을 고비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앞서 18일 한의사협회가 무기한휴업, 면허증 반납등의 결정을 철회함으로써 국민의 직접피해는 피할 수 있게 됐다.
한·약분쟁이 일단 파국을 피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정부의 강력한 대응과 고질적인 양측의 대립에 대한 여론의 악화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출제장이탈 한의대교수들을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한의사협회의 휴업결의에 대해 공정거래및 독점금지법 위반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하는등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 이에따라 공정위는 18일부터 곧바로 조사반을 투입, 공정거래법위반 혐의에 대한 확인작업에 착수하고 서울지검 형사2부는 20일 고발인인 조병륜 국립보건원장을 조사한뒤 21일부터 주영승 전전주 우석대교수등 출제장을 이탈한 한의대교수 9명을 소환키로 하는 등 구체적인 제재작업에 착수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한·약분쟁으로 장관과 담당국장이 두차례나 바뀌는 수모를 당한 복지부는 이번에도 양측의 집단반발에 자칫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면 도리어 사태가 걷잡을수 없게 된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김량배 복지부장관은 18일에도 관련국장단회의를 소집, 『약사나 한의사측이 집단행동으로 정부의 방침에 맞서더라도 더이상 원칙을 굽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원칙대응」을 분명히했다.
한의사협회는 이같은 전례없는 정부의 강경대응과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단행동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데 대해 당혹, 『국민 대부분이 우리의 입장을 지지하나 집단행동에는 비판적이므로 당분간 휴업을 유보한다』고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확히 표현하자면 한의협의 휴업철회는 「유보」의 성격을 갖고있는 데다 양측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안이 산적해있어 한·약분쟁의 추이를 아직은 낙관하기 이르다.
우선 이날 치러진 한약조제시험의 공정성과 그 결과이다. 지원자의 97%인 2만4천여명이 응시한 이날 시험에서 통상의 국가시험합격률인 70∼80%를 적용해도 합격자는 현재 전체 한의사의 2배가 훨씬 넘는 무려 1만8천여명의 신규 한약조제약사가 배출되는 현실을 한의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약사들이 출제한 문제의 난이도가 문제돼 복지부가 엄격한 감별작업을 약속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12월 한의대교수들만의 출제시험때도 합격률이 75.5%였다.
한의사협회가 극한투쟁을 유보하면서도 시험의 무효확인소송등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절박한 현실인식 때문이다.
또 앞으로 한약사면허시험을 한약학과 졸업생으로 제한하는등 정부의 「한약관련 종합대책」이 한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밀린 결과라는 인식을 갖고있는 약사회등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미지수다. 약사측은 금명간 집단행동여부를 결정키로 한데이어 전국 20대 약대생들도 22일 수업거부 찬반투표를 예정해 놓고 있다.
이와관련해서도 김복지부장관은 『정부의 종합대책은 한·약분쟁을 매듭짓기위한 최종해결방안』이라며 『일단 방침이 선 이상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고 타협이나 수정의 여지가 전혀 없음을 명백히 했다. 결국 여전히 극한격돌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현재로서는 양측이 여론의 향방을 가늠하며 투쟁의 수위를 조절해나가는 「현실적」인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 보인다.<이준희 기자>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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