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역할·기반불재에 위상확보 불안감/“대권논의 중단”따라 목소리내기도 한계신한국당의 이회창 전총리와 박찬종 전의원은 지난주 각기 「실질경선」과 미국식 선거인단제도의 도입을 통한 차기 대선후보 선출을 주장, 당내에 미묘한 파장을 몰고왔다. 김영삼 대통령의 연내 대권논의 중단지시를 공개적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이론을 용납지않는 김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모를리 없는 이들 두사람이 왜 「위험부담」을 무릅썼는지가 관심의 초점이 됐다.
결국 당내 다른 대권주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그들만의 절박한 사정과 고민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 하나는 당직등 공식적 활동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무대뒤편으로 물러서있는데 따른 초조함일 수 있다. 이런 구도를 처음부터 예상했음에도 불구, 시간이 흐를수록 무력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같은 영입파인 이홍구 대표의 최근 분주한 행보는 직·간접적으로 이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일지도 모른다. 또 모든 대권주자가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발목이 잡힌 외형적 조건은 같지만 당내 기반이 전무한 이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요컨대 『마냥 손을 놓고있다가 대통령의 낙점을 받지못하면 그대로 용도폐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그것이다.
이들의 마음을 동요케하는 또하나의 요인은 상대적으로 높은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자신들의 대국민 이미지관리 문제다. 두 사람의 측근들은 총선후 『특유의 색깔을 잃고 여권에 순치되고 있다』는 지지자들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따라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할 필요성도 느꼈을 법하다.
이렇게 보면 이들은 숨을 죽여야만 하는 현재의 처지가 여러 측면에서 매우 불만스럽고 불안하다고 할수있다. 하지만 여권의 속성과 자신들의 당내 입지에 비추어 이런 생각을 공개 거론하는 것조차 쉽지않다는데 이들의 고민이 있다. 이전총리와 박전의원은 대권발언후 기자와 만나 『요즘 처신하기가 무척 힘들다』고 심경의 일단을 내비쳤다.
이들은 이달말부터 약속이나 한듯 그동안 자제했던 외부강연에 나선다. 나름대로 행동반경을 넓혀 활로를 찾아보려는 자구책인 셈이다. 아울러 소속의원및 지구당위원장과의 개인적 접촉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여권핵심부와 나머지 대권주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의식해야하는 살얼음판 행보가 될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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