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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비상식 드라마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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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비상식 드라마 짜증난다

입력
1996.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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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목욕탕집…」 등 거짓말·성폭언 서슴없이/“방송사 시청률경쟁 앞서 건강한 작품 신경써야”최근 시청률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비상식적인 내용이나 억지 줄거리의 드라마가 시청자를 짜증스럽게 하고 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해프닝을 남발해 도덕적 불감증을 조장하는가 하면, 드라마의 구성을 합리화하기 위해 특정국가를 비하하기도 한다.

일일 시트콤「LA 아리랑」(SBS)은 재미교포 가정을 소재로 가족의 다양한 생활을 보여주면서 인기를 끌고 있으나, 최근 거짓말이 너무 흔하게 나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거짓말이 나쁘지 않은 것 처럼 보일 가능성마저 있다.

여운계 여사가 이선생과 단둘이 놀러가기 위해 가족들에게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다 결국 탄로가 난다. 대니의 아버지는 자기가 공연에 빠지는 바람에 부인이 이를 수습하다 아들 결혼식에 불참하게 되자, 사돈에게는 부인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영범은 누나가 보약을 지어 먹으라고 준 돈으로 노름을 하다 모두 날려 엉터리 보약을 만든 뒤 가족들에겐 귀한 약이라고 속인다. 일일극은 흔히 소재 고갈을 겪겠지만 온 가족이 돌아가면서 거짓말을 하고 또 그것이 허용되는 내용의 코미디는 문제가 크다.

주말극 「목욕탕집 남자들」(KBS2)은 인도를 비하하는 내용을 방송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난주엔 극의 흐름과 관계없이 인도는 다민족으로 구성된 문화대국이며 경제적으로도 발전을 하고 있다는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촌극을 빚었다.

또한 할아버지는 친구들과 빌라에서 청소를 하며 『물건 떨어질까 겁난다』 『야, 너 그러구 들어가면 마누라한테 죽는 거 아니야? 오입하고 들어왔다고』등 저속한 말을 사용하고, 손녀는 약혼자에게 『10만원 어치 만큼만 키스하라』는 등 성을 상품화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부자유친」(SBS)에선 청부폭력배들이 여자를 납치해 폭행하고 이로 인해 여자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내용이 방송됐으며, 20대의 딸이 이복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에게 소리 지르며 가출하는 모습을 당연하다는 듯이 보여줬다. 「프로젝트」에서는 폭력배들이 각목을 휘두르며 잔인하게 싸우는 모습이 섬뜩했다.

최근 방송위원회 연예오락심의위원회는 「목욕탕집…」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및 제작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건의했다. 방송위원회는 「목욕탕집…」에 대한 징계결정은 아직 내리지 않았으나 「부자유친」에 대해서는 경고조치했다. 방송사는 시청률 경쟁에 앞서 더욱 세심하고 건강한 작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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