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두 얼굴」의 모습으로 비친다. 정보통신같은 첨단산업분야를 보면 금방 세계정상에 가까운 것 같은데 기초연구분야에서는 먹구름이 낀 듯한 불안한 징조가 여기저기 보인다.미 정보과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세계 과학기술자들의 국제학술지 논문자료도 그런 우려를 던진다. 지난 81∼94년 14년간 국제학술지에 실린 79개국 과학기술자들의 논문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논문발표건수로는 35위로 90년 이후엔 논문발표증가율에서 세계1위(25.8%)를 차지했다. 그러나 외국논문이나 학술지등에 참고자료로 인용된 율로는 60위, 한번도 인용되지 않은 건수로는 58위를 기록, 한참 하위권에 처졌다. 양은 풍성한데 질은 열등하다. 논문의 외화내빈현상이다.
취업정보를 전문으로 하는 리크루트사가 이달 노벨상에 대한 대학생의식조사를 했다. 한국이 과학상(물리 화학 생리의학)을 수상 못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조사대상 1,000여명중 절반이 넘는 51.2%가 「기초과학연구부족」을 들었다. 과학의 전망에 회의적인 반응은 그밖의 여러 조사에서도 나온다.
「내실보다 실적만 강조하는 과학기술논문이 많다」, 「기초 과학부문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비관적인 지적들이 심상찮게 들리는 시점이다.
과학기술처가 16일 공청회에 부친 과학기술특별법의 시안도 기초연구능력에 경종을 보내고 있다. 기초연구능력이 생산기술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국가 투자비중도 선진국에 못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초과학은 생산적 과학기술의 모태다. 산업기술의 열매를 심고 키우는 기본토양이고 자양이다. 기초과학이 허약한 나라의 산업은 한때는 번창하더라도 열매를 오래 따먹지는 못한다.
지금 우리 기초과학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머리문제가 아니다. 다수의 우수한 인력을 두고도 투자부족, 사회나 대중의 과학적 인식의 결여, 편향된 교육체계등으로 제자리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전세계가 첨단기술력의 확보를 위해 치열한 정보전쟁을 치르고 있는 시대다. 정부는 이제 국가이익을 위해 기초과학기술을 전략적 자원으로 적극 사들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연구실에서 땀흘려 정진하는 다수 과학자들의 시름도 덜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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