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16일 한국을 지뢰사용 금지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사실은 한반도가 냉전의 외로운 섬으로 남아 있음을 또다시 실증했다.클린턴대통령은 이날 한반도에 존재하는 「지속적이고 독특한 침략 위협」 때문에 한국에서의 지뢰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나아가 미국이 향후 지뢰제거를 위한 국제협상 과정에서도 한국에서의 지뢰 사용권만은 보장받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휴전선을 따라 매설된 대인 지뢰는 약 100만개로 추정된다. 미국이 현재 보유중이거나 이미 매설한 총 500만개의 대인지뢰 가운데 20%가 한국에 매설돼 있는 것이다.
미행정부는 이날 지뢰사용 금지 대상에서 유일하게 한국이 제외된 배경을 기자들에게 납득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클린턴대통령은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 등을 배석시킨 가운데 백악관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라 합참의 고위 관계자들이 백악관과 국방부에서 2차례나 별도의 배경설명을 했다.
이들 관리들은 한결같이 『한국에 매설된 지뢰는 북한군의 대규모 기습공격을 저지하는 한편 주한미군의 생명을 지키는 데 필수적』 이라고 강조했다.
페리 국방장관은 지뢰사용 금지대상에서 한국만이 제외된 조치를 풀기 위한 2가지 조건을 들었다. 우선 북한군에 의한 대규모 공세 가능성이 제거되고 둘째 그같은 공격을 지연시키고 저지시킬 수 있는 전술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숨겨진 살인무기」로 불리는 대인지뢰는 대부분 동족상잔의 흉측한 잔재들이다.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보스니아 등의 예가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도 시작된 냉전의 청소작업에 한반도는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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