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과 타당 당선자들을 영입하여 15대 국회 개원전에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신한국당의 아집은 강박증에 가깝다. 여소야대로 나타난 투표결과를 개원전에 여대야소로 뒤집겠다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그들은 굽히지 않고 있다. 야당들의 거센 반발과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은 과반수 미달 의석 11석중 10석을 이미 채웠다.당적을 바꾼 당선자들은 저마다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데, 백승홍씨의 행적은 코미디에 가깝다.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그는 선거기간에 『어떤 일이 있어도 무소속을 고수하겠다』는 각서에 공증까지 했으나, 그 우스꽝스런 공증을 한달만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그는 15일 여당에 입당하면서 『공증파기는 무조건 잘못된 일이며, 이에 대해 4년후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고 알쏭달쏭하게 말했다.
그가 공증이라는 비상수단까지 동원했던 것은 대구 유권자들의 반신한국당 정서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그는 유권자들에게 한판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 신한국당이 영입한 다른 당선자들도 공증만 안했을뿐 대개 같은 거짓말을 했던 사람들이다.
신한국당의 영입이론도 구차하기는 마찬가지다. 이홍구대표는 『정국의 안정운영을 위해서는 여당이 안정의석을 갖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며, 당적 변경을 문제삼는 것은 정당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정치학자출신인 그가 그런 「공자말씀」을 해야 하는지 실망스럽다. 선거결과에 대한 승복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의석늘리기에 여당이 앞장서는 것이 옳은가, 그렇게까지 해서 추진하려는 개혁의 내용이 도대체 무엇인가, 목표가 좋으면 수단은 나빠도 괜찮은가, 라는 질문을 그는 외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신한국당의 무리한 의석늘리기가 김영삼대통령의 과반수 집착에서 나왔다고 믿고 있다. 김대통령의 개혁작업에 원칙적으로 동감하면서도 그의 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바로 그의 이런 스타일 때문인데, 여러 고비들을 넘으면서도 그의 스타일은 좀처럼 변화하지 않고 있다. 개혁을 위해서는 비상수단도 불사하겠다, 목표가 정당하니 과정을 문제삼지 말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스타일인데, 과정 역시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외면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선거결과를 파괴하겠다는 행위, 유권자들에게 한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팽개치고 당적을 옮기는 행위야말로 개혁해야 할 구습이다. 신한국당은 지금 실수하고 있다. 15대 국회의 출발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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