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요구와 거리 「약효」 기대난/한의측 “시험 원척적 무효” 강경/약사측 “응시자격 현행법 위배”한·약분쟁이 16일 정부의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계속 파국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김량배 보건복지부장관이 발표한 「한약관련 종합대책」의 골자는 ▲약대과정 5∼6년으로 연장 ▲한약학과 졸업생에 한해 한약사면허시험자격 부여 ▲복지부내 국장급 한의약전담관직 신설 ▲공중보건한의사제 도입 ▲한약 유통구조개선및 가격질서 확립 ▲한약조제시험 예정대로 실시 등이다. 한의·약학계의 주장을 절충, 사실상 「중재안」적 성격을 띠고 있는 이 대책중 약대과정 연장과 한약 유통구조개선, 한약조제시험 실시등 세가지는 약학계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고 나머지 3개 항목은 한의학계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외형상 양측의 이해에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가운데 당장의 가장 큰 현안은 한약조제시험. 김장관은 『19일의 시험은 예정대로 치른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추가시험은 더이상 치르지 않되 사정상 19일 시험에 응시못한 지원자에 한해 「보궐」적 성격의 시험을 6월중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것도 복지부 나름으로는 양측 입장을 최대한 절충한 고육지책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이미 약대교수들의 「상식이하의 출제」를 지적하며 시험의 원천적 무효를 선언한 한의학계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시험자체를 인정할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의사회는 이날 『이번 사태의 주원인은 약사들에게 한약조제자격을 대거 부여함으로써 한방·의약간 수적 균형을 일거에 무너뜨리려 한데 있다』며 『약사에 의한 시험출제및 시행저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약사회측 역시 추가시험 실시가 무산된데 대해 『공권력의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한의대생들의 무기한 수업거부, 한방병원 수련의들의 파업농성, 한의대교수들의 집단사직서 제출 결의, 한방병·의원 집단휴업등 이미 국민생활에 구체적인 피해로 나타나기 시작한 이번 사태는 최소한 19일의 시험까지는 어떠한 중재노력도 「약효」를 발휘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정부대책중 다른 항목들도 사태해결이 아닌 또다른 분쟁의 불씨가 될 소지가 크다. 이들 항목 하나하나가 양측으로서는 장기적인 업권확보와 관련,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인 때문이다.
특히 관련학과(약학과)생이 한약과목 95학점을 이수할 경우 응시자격을 주도록한 현행 약사법시행령을 개정, 한약학과 졸업자에 한해 한약사면허시험 응시자격을 주겠다는 방침에 약학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와관련, 정종엽약사회장이 정부대책발표직후 『약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데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하고 약계 전체가 전면투쟁을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한·약분쟁은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이준희 기자>이준희>
◎한의·약사측 표정 /한의“상식밖 출제” 등 잇단 성명·집회/약사“난이도조정 수용… 응시후 투쟁”
한의사측은 16일 복지부의 종합대책에 대해 잇따라 반박 성명서를 내고 집회를 여는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대한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복지부의 대책은 약대교수의 사전문제유출의혹과 턱없이 쉬운 문제만을 출제하는 비양심적인 행위를 얼버무리려는 수단』이라며 『19일의 한약조제시험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희대 동국대등 한의대 교수들도 『사슴뿔이 녹용인 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부당한 한약조제시험을 무효화하지 않으면 교수직을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사퇴문제등을 논의했다. 전국 25개 한방병원 수련의들은 이날 경희의료원앞에서 한약조제시험철폐 결의대회를 가졌다.
한의사협회는 시험연기 및 한의대교수 출제등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않을 경우 18일 장충단공원에서 전국의 한의사와 한방병원수련의 한의대생 학부모 등 9천여명을 동원, 대규모 항의시위를 가질 계획이다.
약사측은 19일의 한약조제시험에는 응시한다는 입장이지만 복지부의 종합대책에는 반발, 「응시후 대정부투쟁」의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약사회측은 『정부대책은 한의사측 입장만을 반영한데다 추가한약조제시험을 실시하겠다고 한 기존 약속조차 어긴 것이므로 모든 역량을 동원, 저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약사회측은 그러나 19일 시험의 난이도가 너무 낮다는 비판여론에 따라 시험의 난이도조정은 수용키로 했다. 또 시험을 치르는 약사들에게 「인내합시다」라는 리본을 달고 시험장에 들어가도록 할 계획이다.
약사회는 곧 전국 시도지부장회의와 상임이사회등을 열어 구체적인 투쟁방향을 세우기로 했으며 전국약대학생회도 17일 수업거부등을 결의할 예정이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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