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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우리가 출제 주체” 평행선/다시 터진 한·약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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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우리가 출제 주체” 평행선/다시 터진 한·약 분쟁

입력
199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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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가르친 교수가” 맞서/추가시험 여부도 논란 해결 난망93년3월 약사법시행규칙 개정을 계기로 촉발된이후 거의 매년 되풀이돼온 한·약분쟁이 19일의 한약조제시험을 앞두고 또다시 극한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약사들에게 한약조제권을 부여하는 한약조제시험은 94년7월8일 법시행일로부터 2년이내에 시험에 합격한 약사에 한해 한약조제권을 인정한다는 개정약사법에 근거를 두고있다.

현재 한약조제시험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출제주체와 시험횟수등 두가지.

우선 한의학계는 『한약조제시험은 약사들에게 한약을 처방할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시험인만큼 전문가인 한의대교수들이 엄격하게 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약학계는 『약사들이 그동안 행사해온 한약조제권을 재검증받는 절차에 불과한 시험인데다 모든 시험은 가르친 선생이 내는 것이 원칙』이라는 이유를 들어 전원 약대교수들로 출제진을 구성할 것을 주장해왔다.

개정약사법 당시 복지부측이 연1회씩 모두 2차례 치르겠다고 한 방침도 문제가 됐다. 지난해 12월 첫시험은 약사회측의 집단거부로 불과 49명만이 응시한 파행으로 치러졌다. 한의학계는 당연히 이번 시험이 2차로 마지막 시험이라는 것이고, 이에반해 약학계는 지난해 첫시험이 사실상 무산된 것인만큼 7월7일 이전에 한차례 더 추가시험이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 대립해 왔다.

더구나 이번 시험에 무려 2만5천여명의 약사가 무더기로 지원서를 내면서 한의학계는 절반만 합격해도 1만2천여명의 한약취급약사가 배출돼 개업한의사 6천여명의 두배가 넘게되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는 듯 하다.

이날 한의대측 출제위원들은 『약대교수들이 문제에 이미 답을 암시하는등 수준이하의 출제를 함으로써 무자격 한약조제약사들의 대거 배출을 의도하고 있다』며 시험의 「원천적 무효」를 선언하고 퇴장해 버렸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난해 시험이 약사측의 반대로 한의대교수들만의 출제로 치러졌듯 이번 시험도 약대교수들만의 출제만으로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날부터 전국11개 한의대생들이 수업거부에 돌입함으로써 지난해의 대량유급사태 재현이 우려되는데다 전국한방병원 수련의들의 파업, 한의대교수들의 집단 사직서제출, 한의사들의 면허증반납과 집단 휴업등 일련의 파국상황이 예상되고 있다.

복지부는 이르면 16일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나 어차피 양측의 수용을 기대하기 힘든데다 앞으로도 추가시험문제, 약대생들의 한약관련 학점이수문제등 양측의 이해가 엇갈린 사안이 산적해 있어 해결은 난망한 실정이다.

시민들과 의료계에서는 『93년 한·약분쟁당시 한의원, 약국이 집단 폐업,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었던만큼 이번에도 분쟁이 더이상 격화할 경우 어느쪽도 비난여론을 피할수 없을것』이라며 『양측모두 국민건강을 생각, 한발씩 물러서고 당국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이준희 기자>

◎한의측 입장/“합격률 높이려 상식 이하로 출제”

한의사회는 『한의학과 약학은 그 기본원리가 완전히 다르기때문에 정규 한의학 공부를 하지못한 약사들이 문제를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 한약조제시험에 약사들의 참여자체를 원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15일 한의학측 출제위원들이 집단퇴장한 사태도 약학측 출제위원들이 한의학을 잘 모르는 약사들을 최대한 많이 합격시키기 위해 상식이하의 쉬운 문제를 출제하려 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하고 있다.

한의대출제교수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파행적인 한약조제시험 운영과 상식이하의 시험문제출제로 인해 의료사회의 질서파괴와 국민한방의료에 막대한 위협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의사회는 또 당초 이번 시험은 기존 한약을 취급하고 있는 약사 2천여명의 기득권을 인정한다는 취지인데도 불구, 응시를 원하는 모든 약사 2만5천여명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의대교수들도 이날 성명에서 『시험에 응시한 대다수의 약사들이 한약에 대한 교육도 받은바 없고 취급한 경험도 없으므로 응시자격 자체를 인정할수 없다』고 밝혔다.

◎약사측 입장/“이미 한약조제 재검증 절차 불과”

약사들은 19일의 한약조제시험은 한의사를 만들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약사를 대상으로 1백종의 한약처방을 조제할 수 있느냐는 자격을 검증하는 시험이므로 약대교수가 출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의사시험은 의대교수가, 한의사시험은 한의대교수가 출제하듯 약사시험은 약대교수가 출제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이번 시험은 이미 한약을 조제해온 약사들을 대상으로 자격이 있는 지를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므로 시험문제의 수준을 거론하는 한의사측의 주장은 옳지않다는 것이다.

한의사측 출제위원들의 집단퇴장에 대해서는 응시원서를 낸 약사가 2만4천8백여명에 이르자 한의학계가 이 숫자가 너무 많다고 보고 시험을 무효화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며 순수한 학자적 양심에서 나온 행동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신현창기획실장은 『한의사측 출제위원들의 출제거부는 결국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하는 약사의 수를 줄이기 위한 행동』이라며 『어쨌든 약사들은 19일의 시험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측은 또 지난해 12월의 시험은 49명만이 응시, 사실상 무산됐으므로 추가시험을 치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약분쟁 일지

▲93년1월30일=약사법 시행규칙개정안 입법예고

▲3월5일=약사법 시행규칙개정안 공포

▲3월25일=전국 한의대생 수업거부 돌입

▲6월25∼26일=전국 약국 일제 휴업

▲9월3일=약사법 개정시안 발표

▲9월19일=경실련 중재로 한의사·약사간 중재안 마련

▲94년7월8일=개정 약사법 시행

▲95년9월17일=복지부, 약대내 한약학과 설치및 한약조제시험 실시방침 발표

▲9월18일=전국 한의사 무기한 농성 돌입

▲9월21일=전국 한의대생 수업거부 돌입

▲9월30일=교육부, 경희대 원광대등 2개대에 한약학과 설치 발표

▲12월12일=한의대 교수, 학생들 집단유급시 교수직 사퇴 결의

▲12월17일=첫 한약조제시험 실시

▲96년1월25일=경희대 한의대 교수, 전원 사퇴 결의

▲5월11일=전국 한방 수련의 집단사직서 제출

▲5월14일=전국 한의대생 수업거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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