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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직선제/출발은 학내민주화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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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직선제/출발은 학내민주화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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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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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과 현재/“정부·재단 간섭배제” 강한 추진력/87년 첫선출 전국 57개대서 실시중87년 6월의 격렬했던 시민운동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으로 불붙은 민주화 열기는 대학가에도 총장직선제라는 새로운 총장선출 방식을 생겨나게 했다.

국공립대의 경우 친여성향의 교수가, 사립대는 소위 「재단측 교수」가 총장으로 선임되는 게 불문율에 가까웠던 대학가에 총장직선제는 우선 시대상황과 맞물려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또 정부와 재단의 간섭으로부터 대학의 독립적 위치를 지키는 제도적 장치로 받아들여졌다.

교수들이 직접 투표에 참가해 대학의 수장을 뽑기는 국립 목포대학이 처음이었다. 87년 12월 당시 단과대학이었던 목포대학에서는 전체 교수들이 선거에 참가해 강태석 교수(경영학과)를 학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국공립대 총학장 임명권을 갖고 있던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다가 7개월여만에 승인했다.

목포대에 이어 전남대가 88년5월 교수평의회에서 직접투표를 실시, 오병문 교수(교육학)를 총장으로 선출해 「총장」을 직선으로 뽑은 첫 대학이 됐고 곧이어 강원대가 88년6월에 뒤따랐다. 91년 7월 서울대가 김종운 교수(영문학과)를 서울대 사상 첫 직선총장으로 선출하는 등 현재 교육·개방대를 제외한 전국의 4년제 국공립대학 26곳 중 25곳이 총장직선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공립대학에서는 총장추천위원회 추천―교수직선에 의한 후보자선출―정부임명이라는 3단계 절차를 거치지만 교수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를 임명하는 것이 이미 관례화가 된 상태다.

사립대 가운데는 88년5월 계명대가 가장 먼저 교수들의 투표에 의해 총장을 선출했고 88년7월에는 국민대와 연세대가 직선총장을 뽑았다. 이들 3개대는 공교롭게도 최근 8년만에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선봉에 선 대학이 됐다.

현재 총학장을 교수직선으로 뽑고 있는 사립대학은 32개 대학. 총장직선제를 도입한 사립대학의 수는 한때 35개에 달했으나 직선제의 부작용과 문제점이 여러 군데서 지적되자 건국대와 광운대가 94년 잇따라 직선제를 폐지했고 이달초에는 계명대가 총장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재단이사회 선임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했다.

현재 국공립대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총장은 해당 대학의 추천―교육부장관의 제청―대통령 임명등의 절차를 거쳐 임명되고 사립대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법인에게 총장임명권이 있다. 물론 총장직선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수협의회 규약 등을 통해 총장후보를 교수들의 직접·비밀투표로 선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법적인 강제규정은 아니다.

어쨌든 총장직선제나 총장추천위원회 등을 통한 간선, 외부인사 공모방식 등 여러가지 총장선출 방식이 대학마다 실정과 상황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것은 과거 정부나 재단의 일방적인 총장선임 방식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박정태 기자>

◎외국의 경우/교수·학생 공동참여 대의기구 활성화/「자격명세」 만들어 중개회사 맡기기도

외국의 총학장 선출 방식은 나라에 따라, 대학의 전통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직선제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는 일본의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대학내 직능단체가 활성화해 있어 이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의기구에서 간선으로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통상 재단이사와 교수, 동문회 및 직원대표, 지역유지 등으로 구성된 총·학장선출위원회가 후보자를 공모해 6개월 이상 서류전형과 전직 근무평가, 면담, 방문 조사 등의 세심한 과정을 거쳐 1∼3명의 총장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사업가 법조인 공직자 학생대표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는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장을 선임하는 데 학생대표는 선출과정에는 참여하지만 투표권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의 총·학장선임위원회는 각 대학의 이념에 맞는 총장의 자격명세서를 만들어 여기에 맞는 후보를 찾지만 헤드 헌터(전문인력중개회사)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

일본은 교수 직원 동문 외부인사 등이 참여하는 평의회가 총장을 최종 선임하는 권한을 갖는다. 총장 후보에 대한 세부 심사는 대개 교수회와 이사회의 추천으로 구성되는 총장전형위원회가 맡는다. 이들이 세부 심사를 통해 단수 또는 복수로 최종 후보를 뽑아 평의회에 올린다.

독일의 경우 교수 직원 학생이 참여하는 총장선출준비위원회가 후보를 1차 선발한 뒤 교수 학생 연구직원 비연구직원 등으로 구성된 중앙 대의기구에서 최종적으로 총장과 부총장을 선출하는게 보편적이다. 총장선출준비위원회에는 주정부 대표가 참석하기도 하는데 선출된 총장에 대해 주정부가 최종 인준한다.<이은호 기자>

◎찬성기고/“폐지논의 자체가 퇴보”/비리·족벌팽배 비민주적 사학풍토/직선제·교수협이 유일한 견제장치

지난 3월29일 계명대 경남대 관동대 아주대 울산대 진주대 호남대 등 7개 사립대학 총장들이 모여 총장직선제 폐지 결의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나는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사회, 그리고 대학사회의 민주화가 완전히 달성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모임은 총장직선제가 대학사회를 정치의 장으로 변질시킨다는 부작용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서슴없이 총장직선제 폐지론을 들고 나온 한 대학총장은『과거에는 재단이 재정권과 인사권을 전적으로 행사해 이를 견제하기 위한 총장직선제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교수와 학생이 대학 정책 결정에 제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총장선출권은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라) 재단측에 되돌려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곧 이어 연세대 국민대 계명대 이사회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 대학사회의 민주화 흐름에 역행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자문해보자. 과연 어느 대학에서, 교수 특히 학생이 대학 정책 결정에 제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재정비리가 없는 민주적인 대학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조건인 학교법인의 예·결산내역 공개조차 거부하는 대학재단이 총장선임권을 도로 가져간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매년 되풀이되는 대학입학 과정에서의 부정사례나 등록금 책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학과 학생들간의 마찰을 볼때 과연 학생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대학정책을 펴나가는 대학이 얼마나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총장직선제가 대학사회의 민주화를 모두 보장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94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설립자 또는 설립자의 친인척이 이사장과 총·학장으로 있는 족벌·세습적인 법인이 106개 사립대학 법인가운데 무려 절반 가까운 48개에 이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총장직선제는 더욱 필요하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 교육의 공공성을 포기하고 대학을 국가 이데올로기 전파를 위한 장치로 독점했던 정부나, 대학을 자본이윤의 극대화 도구로 전락시킨 재단이나 모두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현재로서 총장직선제와 교수협의회는 사실상 유일한 견제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총장직선제 폐지론자들은 현행 사립학교법상 총장 임면권은 교수협의회가 아닌 학교법인 이사회가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사립학교법은 군사정권 시절 개악된 반민주적인 법률이다.

현 정부도 최근 제2기 교육개혁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사학재단의 책무를 보다 강화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을 민주적으로 개정하는 것이 한가지 목표라고 밝혔다.

직선제 폐지론자들은 또 직선제가 대학사회를 정치의 장으로 변질시켜 대학구성원간에 갈등과 불신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은 총장직선의 과정을 통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사회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고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대학사회에 필요한 것은 토론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말이 많다고 해서 곧 문제로 직결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총장직선제 폐지론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것은 그렇게 문제가 많은 총장직선제를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25개 국·공립대학이 왜 채택했느냐는 점이다.<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

□약력

▲44세·서강대 영문학과

▲동대학원 박사과정수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교육분과위원장

▲「문화과학」지 편집위원

◎나는 이래서 찬성한다

□총장은 능력·대표성 겸비해야

총장직선제를 둘러싼 찬반론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는 있지만 대학의 기본 사명이 학문연구와 지식의 전수를 통한 사회발전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개혁의 방향은 21세기에 대비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것이어야 하고 실질적으로 이러한 개혁을 주도해 갈 사람은 재단도 학생회도 아닌 대학교 총장이어야 한다.

따라서 총장은 대학구성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능력과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이같은 능력과 대표성을 겸비했는가 하는 판단은 대학인 스스로가 내려야 한다. 이같은 판단 과정이 바로 총장직선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직선제로 대학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교수들의 정치화와 기존 위계질서의 붕괴 등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과도기적인 문제이며 「창조적 파괴」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총장직선제는 대학의 민주화·세계화라는 보다 상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초석이며 21세기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제도이다.<한승철 31·동화은행 국제부>

□대학 사유화 재단전횡 더 심각

최근 총장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그러나 총장직선제가 일부 시행착오 속에서도 재단 전횡으로부터 교권을 보호하고 대학의 민주적 운영과 발전에 기여한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대학을 사유 재산으로 여기는 풍토 속에서 재단의 전횡을 막지 못해 생기는 문제들이 보다 심각하다.

총장직선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근본적으로 두가지 원인에 있다. 첫째 정부가 국가경쟁력 강화만을 중시, 대학 내의 부정비리를 도외시한 채 대학간의 경쟁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또 학교를 사유 재산으로 생각하는 사립재단이 학교 경영을 너무 쉽게 꾸려나가려 하기 때문이다.

국·공립을 망라하고 대학은 명백한 사회적 공공기관이며 고등교육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총장직선제는 대학의 사유화를 막고 대학자치를 확립, 대학발전의 근본이 되는 제도다.

대학구성원들의 합의로 어렵게 일구어낸 제도를 몇가지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해서 부정해버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결점이 있다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고쳐야지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장문경 34·경실련 정책연구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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