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살때 장기어음주고 팔땐 단기어음·현금요구/부동산담보·보증서·당좌수표등 2∼3중 족쇄 일쑤/일부 독과점 품목선 공급물량까지 일방적 결정도『대기업이 중소기업 물건을 사갈때는 90일이상 장기어음을 끊어주면서 중소기업에 물건을 대줄 때는 60일이하 단기어음에다 부동산 담보, 이행보증금, 은행지급보증서까지 요구하는 것이 대기업과의 거래 실태입니다』
정부의 중소기업지원책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자금결제제도가 많이 개선됐지만 일부 업종에서는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이 단기어음을 요구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고 여기에다 원자재 가격을 초과하는 부동산 담보와 보증보험사의 보증서, 은행의 지급보증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거래형편은 오히려 전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생산업체인 경남 S공업은 지난달 모대기업과 시멘트 공급계약을 맺었으나 보증보험사가 보증인을 4명에서 5명으로 갑자기 늘리는 바람에 보증서를 한달째 받지 못해 시멘트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는 3개월간 3억5,000만원어치의 시멘트를 공급받기로 하고 1억원은 보증서로, 나머지 2억5,000만원은 부도에 대비한 견질용 어음으로 담보를 설정했었다.
은행을 통한 지급보증도 중소업체로서는 그야말로 「울며 겨자먹기」다. 제공할수 있는 담보 한도내에서 지급보증이 되기 때문에 담보력이 낮은 업체에는 자금융통에 별 도움이 안되는데다 매년 1.5%이상의 수수료도 함께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평등한 관계는 레미콘업계만이 아니다. 플라스틱 비철금속 철망업계 목재 의류 전기기계 인쇄등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는 중소업체에는 공통된 사정이다.
플라스틱 가공업체인 인천 S물산은 부동산 담보로 구매가의 70∼80%를 요구했던 거래 대기업이 구매가의 100%로 올리는 바람에 한동안 담보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을 담보로 잡혀 급한 불은 껐지만 자가공장이 없는 대부분의 영세 중소업체에는 그야말로 생사가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알루미늄새시를 생산하고 있는 대구의 D산업도 얼마전까지 공급처와 외상거래를 해왔으나 최근 100% 담보제공을 요구해와 은행에 수수료를 물고 지급보증을 받아 물건을 공급받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중소기업원자재 구매관행」에 따르면 거래업체의 50%이상이 부동산담보 보증서 당좌수표등 2∼3중의 채무변제수단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황산 염산등 독과점 품목은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 원자재업체가 공급물량까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지적됐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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