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남의 비밀을 알고 싶어한다. 그 비밀을 세계에서 제일 많이 알고 있는 곳이 미중앙정보국(CIA)이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의 테이블 위에는 매일 아침 CIA의 정보보고서가 놓이는데,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존슨대통령이 이 보고서를 제일 좋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CIA보고서에는 국내사찰 부문도 포함됐다. 이를테면 전날밤 파티에 참석한 모장관이 술에 취해 접시를 깼다는 등의 3류 가십거리도 들어 있었다. 존슨은 낄낄거리며 그걸 읽고나서 그 장관을 만나면 놀려주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보고서의 상당부분이 이런 허섭스레기로 가득 차게 됐다는 것이다. ◆CIA의 위세는 베트남전쟁을 전후한 시기가 극성기였다. 그때의 CIA국장이 얼마전에 자기집 근처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윌리엄 콜비다. 피살인지 단순사고사인지는 아직 수사가 끝났다는 보도가 없으나 그의 죽음에는 「천부의 스파이」답게 적지않은 의문점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명문 프린스턴대와 컬럼비아 법대를 나온후 2차대전중 CIA의 전신인 OSS에 들어가 나치 점령하의 유럽에서 테러리스트로 활약한 것이 그의 스파이 경력의 시작이다. 73년 CIA국장에 취임한 그는 그 자신 스파이의 전형을 정의한 대로 「레스토랑에서 웨이터의 눈에도 띄지 않는 회색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워터게이트사건 당시 의회 CIA청문회에서 CIA의 기밀을 밝힌 후 포드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다. ◆평생의 동지들이 모두 등을 돌린 그의 여생은 불우했다. 사회정의의 명분아래 비밀을 폭로하는 행위는 한때 여론의 각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결국 직무상의 기밀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편들어 주지 않는다. 폭로행위로 스타가 된 정치인이 낙선하는 것이나, 뉴질랜드에서 추방된 최승진씨를 문서변조 여부와 상관없이 동정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다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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