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과정 의욕 앞설수있다” 공정위 성급한 발표 인정/부처간 의견조율·여론 수렴 거쳐 최종 수위 결정될듯정부의 신재벌정책 발표에 대한 전경련의 입장표명이 있은 다음날인 15일 정부는 입장을 재정리했다.
나웅배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이날 통상산업부장관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청와대경제수석등과 조찬 간담회를 가진후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 정책의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거론된 사항을 요약한 것으로 특별히 새로 추가되거나 삭제된 부분은 없었으나 앞으로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신재벌정책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몇가지 중요한 점을 시사했다.
하나는 30대그룹 계열사간 상호지급(채무)보증 한도 축소에 관한 것으로 나부총리는 『상호지보축소는 정부의 기본방침이며 이에 대해서는 정부내 의견차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2001년까지 완전 철폐한다는 것에 대해 재계가 반발하고 있고 공정거래법 개정이라는 입법과정을 거쳐야 함으로 시간여유가 있어 여론수렴을 거쳐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시기나 범위등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상호지보규모를 98년까지 자기자본의 100%로, 2001년까지 0%로 축소하겠다는 당초 공정위가 밝힌 안대로 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와 연관된 것으로 앞으로 신재벌정책의 총괄은 재경원이 맡는다는 점이다. 나부총리는 『모든 경제정책의 최종 책임은 부총리가 지는 것이다』며 『공정위의 역할은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있는 것이지 더 이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재벌정책추진에 있어 특히 상호지보문제를 둘러싸고 그동안 정부내 이견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다. 재경원과 청와대측은 공정위의 발표에 대해 『사전 조율이 없었다』며 못마땅하게 여겼었다. 일의 처리에는 순서가 있는데 재계의 민감한 부분을 공정위가 불쑥 들고나와 정책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나부총리는 『공정위의 발표내용을 사전에 알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 참석중이었다』고 대답했다.
사전에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면서 공정위의 기능과 경제총수의 역할등을 강한 톤으로 이야기했다. 또『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욕이 앞설 수도 있는 것』이라는 식으로 공정위의 행위를 평가하기도 했다.
얼마전 공정위가 30대그룹 기획조정실장과의 모임에서 『앞으로 경제력 집중억제정책의 종합·조정은 공정위가 맡을 것』이라는 발표에 대한 제동으로 결국 공정위의 최근 행보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부총리가 전면에 나서 청와대 재경원 공정위등 관련 부처를 장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계라는 거대집단을 상대로 하고 있는 만큼 정부내 불협화음이나 주도권 다툼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재계와의 일전을 앞두고 내부전열을 가다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부총리는 전경련의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라는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대기업의 지배·경영형태도 세계에서 특별한 경우』라며 『이런 것들이 없어지면 우리 특유의 각종 규제도 없어질 것』이라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재계와는 언제든지 만나 의견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나부총리는 결국 신재벌정책이 정부내 의견조율과 재계와의 대화 및 국민의 여론방향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이상호 기자>이상호>
◎나 부총리 기자간담회/“재벌구조의 독특성 없어지면 각종 독특한 규제도 사라질것”
15일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 김인호 공정거래위원장 구본영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과 조찬모임을 통해 신재벌정책 추진방향에 관한 경제팀내 의견을 조율한 나웅배경제부총리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회동결과를 설명했다.
―재계가 전경련 회장단회의를 통해 경쟁력강화를 위해 「선규제완화 후신재벌정책」입장을 표명했는데 정부의 입장은.
『경영이 투명해져야 국민신뢰도 받고 경쟁력도 강화된다. 우리나라 재벌은 세계에 유례없는 독특한 형태인만큼 정부규제도 독특할 수밖에 없다. 재벌구조의 독특성이 없어지면 각종 독특한 규제들도 사라질 것이다』
―채무보증 축소·폐지 계획은.
『공정위가 당초 발표했던 기존 방침대로다. 다만 법개정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겠다』
―2001년까지 채무보증한도를 계속 0%로 가져간다는 뜻인가.
『당초방침 그대로다. 채무보증한도를 0%로 해도 산업합리화나 해외공사등에 대한 보증은 예외규정으로 계속 허용되므로 채무보증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역시 의견수렴과정을 거칠 문제다』
―신재벌정책 추진과정에서 경제팀내 이견이 엿보이는데.
『부처간 이견은 없다. 다만 일부 의욕이 너무 앞서는 점도 있지만…』
―재벌정책창구는 재경원인가 공정위인가.
『(강한 어조로) 능력이 모자란 것도 아닌 다음에야 경제정책의 최종책임은 내가 진다. 공정위는 경쟁질서확립을 담당하는 곳이고 경제력집중억제를 포함한 재벌정책등은 경제부총리가 담당한다. 채무보증문제는 내가 아시아개발은행 출장중이어서 사전보고를 받지 못해 돌출된 면이 있다』
―은행의 재벌참여는 계속 불허할 계획인지.
『은행의 산업자본지배를 허용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
―업종전문화 정책에 대해선.
『여신규제완화로 11대이후 기업엔 업종전문화제도는 사실상 없어졌다. 이 제도의 계속 시행여부는 1차시효가 끝나는 올해말까지 통산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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