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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때 우리가곡 지킨 하규일 선생/타계 60년만에 흉상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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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때 우리가곡 지킨 하규일 선생/타계 60년만에 흉상건립

입력
199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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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녀 김진향씨 비용 대 22일 국립국악원서 제막식/후학양성 한평생 이병성·이주환 등 길러 맥잇게근세 가곡의 거장 금하 하규일 선생(1867∼1937)의 흉상이 그가 세상을 뜬지 거의 60년만에 국립국악원 소극장 옆 마당에 세워진다. 그는 나라가 망하자 가곡을 가르치는데 일생을 바침으로써 끊길 뻔 했던 가곡의 맥을 이은 국악사의 큰 인물이다. 이병성 이주환 등이 그에게 가곡을 배워 오늘이 있게 됐다.

22일 열리는 흉상 제막식에는 국악계의 여러 인사가 참석하지만 그 가운데 김진향씨(80)의 감회는 각별하다. 그는 금하의 양녀이자 제자다. 흉상 건립은 그가 돈을 내서 한 것이다. 금하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으나 생사가 불명이다.

김씨는 집안이 망하는 바람에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고 열여섯살에 조선권번의 기생이 됐다. 금하가 가곡 전수를 목적으로 설립, 나어린 기생들을 모아 가르치던 곳이었다.

그 해 양녀로 들어가 3년간 한 집에서 살았다. 거기서 나온 이듬해에 금하는 세상을 떠났다. 『신세가 서러워 눈물깨나 쏟고 지내던 제게 선생님은 친부모 이상으로 따뜻이 대해주셨어요. 가르칠 때는 무섭고 쌀쌀했지만 아주 인정겨운 분이셨지요. 지금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그는 85년 서울대 국악과에 5,000만원을 쾌척, 가곡 전공자를 위한 금하장학금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선생의 전기를 펴냈다. 이 책에는 선생께 배운 가곡을 정리한 악보도 실었다. 하규일 제 여창가곡의 교과서라 할 가곡보이다. 이런 일을 하는 뜻은 오직 하나, 『가곡, 그 좋은 우리 음악이 없어지는 게 원통해서』이다. 국악과 관계된 활동을 일절 하지 않다가 10년 전부터 집에서 가곡을 가르쳐 제자를 키우고 있다.

지금껏 홀로 살면서 장사해서 재산을 모았고 53년 만학으로 중앙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했다. 김씨는 꽃답던 스무살 때 여섯 살 위 청년 시인 백 석을 만나 3년간 함께 살며 애틋한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김자야라는 이름으로 「내 사랑 백석」이란 책을 출판, 두 사람의 간절했던 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 평생을 두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썼다. 자야는 백 석이 그에게 지어준 호이다. 기생 출신이란 점 때문에 남에게 드러나길 꺼려왔으나 팔순에 이른 지금 지난 일은 한갓 추억일 뿐이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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