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160여개사의 지역별 송전 독점권 없애/“보다 싼 가격” 소비자 확보 위해 경영혁신 안간힘미국 전력업계가 이제 소비자를 왕으로 모시기 시작했다. 미전력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가격인하 또는 동결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원가절감에 부심하고 있다. 일부 채산성 없는 회사는 파산하거나 자본력 있는 기업체는 타사를 흡수하는등 160여개 전력업체들은 바야흐로 소비자 확보를 위한 무한경쟁에 들어갔다. 이는 연방정부가 소비자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송전시스템을 개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발전소들은 기존의 자기 지역 이외 어느 곳에도 전력을 공급할수 있고, 소비자는 싼 요금이나 서비스종류에 따라 먼 지역의 발전소에서 전력을 살수 있게 됐다.
미연방정부의 전력산업 규제완화와 업계의 변화는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하고 있어 우리정부가 추진하는 한전민영화에 타산지석이 될수 있다.
미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4월말 채택한 정책의 골자는 송전시스템 개방이다. 그동안 전력회사들은 일정지역에 대한 전력공급권을 독점해왔으나 앞으로는 독점영업권이 없어져 어느 곳에나 송전할수 있게 됐다. 예컨대 1㎾의 전력을 한시간 제공한 요금이 6.6센트인 버지니아 델라웨어주의 발전소가 9.7센트인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주에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로 다른 지역의 전력회사를 선택할수 있다.
FERC는 이번 조치가 공장 오피스빌딩등 대수요자를 위한 초기단계에 불과하고, 앞으로 가정의 전력소비자들을 위한 조치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가정에서 서비스가 좋은 전화회사를 골라 이용하듯 전력이라는 상품도 가격과 브랜드를 보고 살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력을 많이 쓰는 제조업체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지만 전력회사들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 이상 자기지역에 대한 독점권의 보호벽은 무너지고 가격이 싼 다른 지역 발전소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동부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BGE와 펩코사는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는 합병으로 얻어지는 원가절감효과를 가격에 반영, 2000년까지 전력요금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워싱턴 DC의 포토맥전력회사와 리치먼드의 버지니아전력회사는 싼 전력요금으로 장기공급할 것을 제시, 대수요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기 지역에만 머무르던 전력회사들도 다른 회사가 독점권을 행사해온 다른 지역으로 전력을 팔러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동부에서 영업을 해온 버지니아 전력회사는 애틀랜타에 거점을 둔 전기회사를 흡수, 조지아 플로리다주등 남부지역에도 서비스를 팔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올러제니 전력회사는 다른 회사보다 생산비가 낮은 이점을 활용, 수요자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연말까지 본사를 메릴랜드주 해거스타운으로 옮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력회사들은 또 요금 인하를 겨냥, 비용절감을 위한 경영혁신에 나서고 있다. 그 첫번째 단계가 인력감축이다.
BGE와 펩코사는 97년 합병에 앞서 조기퇴직, 해고등의 방법으로 10%의 인력을 절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BGE는 92년 9,300명이던 근로자의 수를 8,000명으로 줄였다. 버지니아 전력회사는 비전2000이라는 경영혁신운동을 통해 지난해 본사인원은 물론 화력 수력발전소의 인력 1,000명을 줄였다. 버지니아전력은 87년이래 모두 3,70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생산비가 비싼 전력회사는 먼 지역의 발전소에서 값싼 전력을 끌어와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뉴욕에 거점을 둔 컨 에디슨사는 지난해 180억㎾를 자체발전한데 비해 260억㎾를 다른 발전소에서 수입했다.
시장개방에 따라 경쟁이 가열되면서 파산하는 회사도 생기고 다른 업종의 기업이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미동북부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나이아가라 모하그사는 판매가격과 시장요금과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파산을 발표했다. 이스턴 그룹은 천연가스를 주로 생산, 판매해왔으나 발전소를 건설해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천연가스에서 전력까지 생산 수송및 판매를 총괄하는 종합에너지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전력회사의 경쟁에도 불구, 일부소비자단체에서는 경쟁이 가정소비자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메릴랜드 시민위원회의 미첼 드래비스코씨는 『전력회사들이 가정용과 공업용 요금의 격차를 크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공장 오피스빌딩등 대고객을 붙잡아두기 위해 공업용과 상업용 요금을 낮추고 가정용 요금은 올려 전력회사의 수지를 맞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방정부는 궁극적으로 가정소비자들이 스위치 하나만 돌리면 전력회사를 선택할수 있도록 전력시장을 개방할 계획이기 때문에 미국의 전력회사는 무한경쟁을 피할수 없는 실정이다.<뉴욕=김인영 특파원>뉴욕=김인영>
◎대부분 민간회사들… 지역별 요금체계 달라/미 전력산업 현황
미국에는 모두 166개의 전력회사가 있다. 미국전체 전력시장 규모는 연간 2,000억달러로 자동차, 컴퓨터, 반도체를 제치고 단일업종으로는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애리조나와 같은 일부 주에서 주립 발전소를 채택하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 민간회사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뉴욕주에만 해도 컨 에디슨을 비롯, 나이아가라 모하그등 8개의 전력회사가 있고, 워싱턴DC에는 BGE, 포토맥 전력회사, 버지니아 전력회사등이 영업하고 있다.
하나의 발전소로 영업을 하는 소규모 자영발전소(IPP:Independent Power Product)가 있는가 하면 전력에서 가스생산을 겸하면서 방대한 송전망과 배관망을 갖춘 대규모회사도 있다.
미전력회사들은 지역별로 요금체계를 달리한다. 주종연료, 인건비, 송전시설, 세금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비싼 곳은 하와이로 1㎾를 한시간 사용했을때(㎾시) 11.3센트이고, 미시시피와 앨라배마주는 5.1센트로 가장 싸다. 공업지대가 밀집한 동부지역은 9.7∼10.4센트로 요금이 비교적 높고, 텍사스에서 몬태나 노스다코타에 이르는 중부평원지역이 6.0센트대로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국영기업형태를 취하고 있던 영국에서는 민영화방식으로 표출됐지만 미국에서는 송전지역 개방이라는 방식을 취한 것도 이같은 산업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컨 에디슨」 전력회사 이사 웰스씨(인터뷰)/“서비스 경쟁 치열 가격인하 불가피/한국전력 민영화 신중한 추진 필요”
뉴욕 일원에 전력을 공급하는 컨 에디슨사의 얼 웰스 홍보담당 이사는 『전력회사간의 치열한 서비스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회사도 일단 가격을 낮추어야할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웰스이사는 『연방정부가 송전시스템을 개방했기 때문에 다른 발전소가 뉴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컨 에디슨은 일단 비용절감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컨 에디슨은 정부의 전력시장 개방에 대비해 전기료가 싼 캐나다 퀘백수력발전소에서도 전기를 사와 뉴욕에 공급해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경쟁이라는 것은 우선 저렴한 가격을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항공산업이나 전화산업에서 경쟁이 가격을 낮춘 결과를 보았습니다. 따라서 우리 회사는 전력시장 개방이라는 상황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더 싼 전력요금을 제공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연방정부가 송전시스템을 개방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전력사용 선택권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선 공장과 같은 대규모 전력수요자들이 어느 회사의 전력을 살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앞으로는 가정과 같은 소규모 소비자도 선택권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웰스씨는 그러나 연방정부가 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에 전력회사에 대한 세금도 일반제조업체와 동일한 방법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제조업체는 순이익금에 대해 세금이 물리는데 비해 전력회사에 대해선 총매출액에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컨 에디슨이 연간 2억달러 정도의 비용을 더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규제를 철폐해도 미국전역의 전력요금이 같아질 수는 없습니다. 뉴욕은 일단 세금, 땅값,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비싼 전력요금이 채택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전선으로 전력을 사올때 손실전력과 비용을 감안해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집약됩니다』
웰스 이사는 『에너지 산업이 국가 경제에 중요한 일』이라고 전제, 영국이 국영전력회사를 민영화할때 많은 시간을 들여 점진적으로 추진한 점을 들어 한국전력의 민영화도 주의깊게 분석해서 실행할 것을 당부했다.<뉴욕=김인영 특파원>뉴욕=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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