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시대의 거장 바흐, 헨델. 고전파를 대표하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이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였지만 가곡분야에는 소홀했다.바흐는 30곡의 칸타타, 수난곡등 성악곡을 썼지만 가곡은 겨우 두 곡에 불과하다. 헨델 역시 이탈리아어 오페라 30곡, 독일어 오페라 3곡, 영어 오라토리오 19곡, 성가 20곡등을 썼지만 가곡은 단 하나 「베이스를 위한 수렵가」를 썼을 뿐이다. 하이든도 몇 곡의 가곡을 썼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은 애국찬가 「신이여 프란츠황제를 지켜주소서」 정도이다. 오스트리아국가이기도 했던 이 선율은 그의 현악4중주 「황제」의 2악장에 변주곡형태로 사용됨으로써 더욱 유명해졌다. 모차르트 역시 그가 남긴 30편 정도의 가곡 가운데 「오랑캐꽃」 등 몇 곡만이 기억할 만하다. 베토벤도 가곡이라는 소품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는 하이든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기악 작곡가의 길을 걸었다. 단지 25세 때 쓴 「아델라이데」는 훌륭한 가곡으로 지금껏 애창되고 있다.
샘솟는 악상의 천재 슈베르트는 이처럼 거대한 음악산맥을 형성한 불멸의 작곡가들이 지나간 골짜기에 흐드러지게 핀 들꽃처럼 가곡을 수놓았다. 그것은 민요에서 얻은 소박한 노래였고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낭만 시정신의 구가였다. 괴테, 실러 뿐 아니라 3대 연가곡집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겨울나그네」의 빌헬름 뮐러, 그리고 몇 시인들의 작품에 곡을 붙인 유작 「백조의 노래」에서 그의 영감은 절정에 달한다.
슈베르트는 유명한 오페라가수이자 음악계 대선배였던 미하엘 포글, 친구인쇼버 등과 저녁이면 예술흥취 넘치는 슈베르티아데(슈베르트 모임)를 가졌는데 여기서 숱한 명곡을 창작해냈다. 포글은 특히 슈베르트의 곡을 널리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노래 선율과 피아노 반주부가 잘 융합된 600곡 이상의 가곡을 남겨 가곡왕으로 불리지만 생전에는 친구 도움없이는 오선지조차 살 수 없을 만큼 가난했다.
고 천상병시인의 명작 「귀천」이 이미 여러 편의 가곡으로 발표된 바 있지만 25일 하오3시 예술의전당에서 구본우 작곡의 「관현악과 소프라노를 위한 작품」으로 초연된다. 슈베르트처럼 가난하게 살다 간 시인의 저 세상 소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5월이 아름답기만 하다.<탁계석 음악평론가>탁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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