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중학생 아들을 둔 한 교포주부가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 때문에 아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았다. 2∼3명의 유학생들이 몰려다니며 등하교길은 물론 교내에서도 돈을 뜯어내는 등 귀찮게 한다고 분개했다.이 어머니는 이런 일은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으며 이들 한국 불량학생들 때문에 학교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물을 흐리던 일부 미꾸라지들이 밖에까지 몰려나와 흙탕물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조기유학붐을 타고 미국에 온 청소년 유학생들의 탈선이 문제가 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고교생등 유학생들의 비행은 갈수록 도가 심해지고 있으며 교포사회의 비난도 그만큼 거세지고 있다.
갱단에 연루된 학생들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음주와 흡연, 마약에까지 손을 대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마약때문에 검찰에 붙잡힌 한 소녀는 뉴욕에서 1년넘게 살았으면서도 이름등 간단한 말외에는 영어를 못해 담당검사를 한인으로 바꾸기도 했다. 살아있는 영어를 본고장에서 배운답시고 태평양까지 건너왔지만 유학생들끼리 몰려다니느라 하루에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탈선행위는 드물지만 이들의 낭비벽은 교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고급 스포츠카로 캠퍼스를 누비고 돈을 흥청망청 쓰는 학생들이 한 둘이 아니다. 실제 이곳 벼룩시장에는 갑자기 귀국하게 됐다며 수만달러짜리 고급차를 팔려는 유학생이 수두룩하다.
한인상대 룸살롱, 나이트클럽의 주요 고객은 이들 유학생이라는 얘기도 있다. 당연히 어렵사리 공부하는 교포학생은 물론 학업에 몰두하고 있는 대다수「진짜」 유학생들과 위화감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하버드대 인근에서 식품점을 하는 한 교포는 단기어학연수를 와서 하버드대생이라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값비싼 차를 타고 다니든 돈을 마구 쓰든 배울 것만 제대로 배워가면 문제될 게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까지 와서 못된 짓만 한다고 손가락질이나 받는 유학생이 점점 늘어나는게 문제다. 한국의 부모들은 혹시 내 자식도 이 부류에 속하지나 않을까 한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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