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입국사건 계기 왕권 등 포기 조건조국에서 추방돼 각국을 떠돌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왕가의 후손들이 오스트리아 국내에서 가문의 이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합스부르크가의 마지막 오스트리아황제 칼1세가 1918년 1차세계대전 패전의 책임을 지고 제위에서 물러나 오스트리아에서 추방된지 78년만의 일이다.
왕정 몰락후 등장한 오스트리아 공화정부는 합스부르크가의 부활을 두려워해 1919년 「가문과 절연하고 왕권, 재산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스부르크가문의 귀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황제일가 배척법(통칭 합스부르크법)」을 제정했다.
합스부르크가의 후손들이 오스트리아안에서 가문의 이름을 유지하며 살 수 있게 된 것은 칼1세의 셋째 아들 합스부르크 로트링겐 페릭스씨(79)의 불법입국이 계기가 됐다.
젖먹이 시절 추방된 이후 조국 땅을 밟아보지 못했지만 벨기에에서 금융업으로 성공한 페릭스씨는 3월21일 사업계약을 하기 위해 자동차를 몰고 별다른 제재없이 월경, 80여년만에 귀국했다.
그는 빈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왕권과 재산권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합스부르크가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오스트리아가 지난해 1월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이상 시민의 역내 자유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불법입국은 오스트리아 정부와 의회에 큰 소동을 불러일으켰다. EU법과 국내법중 어느쪽이 우선하는가에서부터 황제 후손들의 기본적 인권이 제한돼야하는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합스부르크법을 둘러싼 법률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1개월간의 논의 끝에 오스트리아정부는 페릭스씨가 주장한대로 『가문의 계승은 인정하되 왕권과 재산권을 포기한다면 입국해도 좋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의회도 이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페릭스씨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5월말에 재귀국할 것』이라며 『조국에 다시 돌아온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쁘다』고 말했다.<조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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