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핵심부 구상과 뉘앙스차이로 눈길/“좁아진 입지회복위한 목소리내기” 분석신한국당의 이회창 전총리가 14일 4·11총선후 한달여의 침묵을 깨고 차기대선후보 선출과 대권논의중지에 관한 특유의 「소신」을 밝히고 나서 여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있다. 문제는 이전총리의 언급이 지금까지 알려진 여권핵심부의 구상과는 적잖은 뉘앙스의 차이를 함축하고 있다는데 있다.
그는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도 당원의 한 사람으로 자기의사를 표현할 수 있지만 누구 한 사람의 뜻이 그대로 되는 것은 경선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본다』며 「실질경선」을 주장했다. 이는 일견 「원론」을 되풀이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권일각의 제한경선론이나 후보단일화론에 대한 정면 부정이며 나아가 김영삼대통령의 영향력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는 점에서 예사롭지않다.
이전총리는 이어 대권논의중지와 관련, 이에대한 동의의사를 밝힌뒤 『그러나 대통령이 하지말라고 해서 안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정치행태라고 볼 수 없다』며 획일적인 논의자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를 여권핵심부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당내에는 이전총리의 발언배경을 현 여권의 역학구도및 그가 처한 입지와 연결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이홍구 대표체제의 출범은 「관리형」이라는 단서에도 불구, 이대표의 위상상승이라는 여권내 분위기변화를 몰고왔다. 반면 이전총리에게 공식적 활동공간이 배려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여권핵심부는 이전총리와 박찬종전의원, 이한동·최형우 의원등 대권후보군을 당고문에 일괄 선임키로 했을 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 이전총리의 정치적 장래에 대해 다소 성급하지만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이전총리는 이른바 자력갱생을 위한 자기목소리 내기를 시작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전총리의 한 측근은 『아무리 민감한 사안이라 해도 이전총리가 자신의 생각을 거꾸로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발언의 「의도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이전총리는 이를 통해 대내외적인 존재부각과 이미지제고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입증하듯 이전총리는 이달말부터 7월까지 그동안 자제했던 대학과 경제단체의 초청강연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발언수위와 내용에 따라 그는 여권의 풍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무대의 전면에 재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식이 장기적으로 목표달성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좀더 두고봐야한다는 신중론도 적지않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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