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14주기 앞두고/위암·만해·경허 스님등과 주고받은 200여통/당시 정세·사찰경제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우리나라 근·현대 최고 선사중 하나였던 경봉 스님(1892∼1982)과 그의 스승 성해 스님(1854∼1927)이 당대의 선각자들과 주고 받은 편지 200여통이 경봉스님의 14주기를 앞두고 공개됐다. 경봉스님의 법제자인 명정 스님(54·통도사 극락선원장)은 13일 양산 통도사에서 두 스님이 경허 만공 한암 용성 효봉 동산 청담 운봉등 선사, 위암 장지연, 만해 한룡운,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불자등으로부터 받은 서신을 공개했다. 이 편지들중 두 스님이 보낸 친필서한은 명정스님이 소장자를 찾아내 기증받은 것이다.
한문 초서체 또는 국한문 혼용체로 대부분 한지에 쓰여진 편지에는 근·현대 100년에 걸친 국내외 정세와 사찰경제의 흐름, 선사들의 수행을 알게 해주는 내용이 들어 있어 불교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1917년 경남 마산에서 잠시 포교사로 일할 때 위암과 처음 만났던 경봉스님이 1919년에 위암으로부터 받은 편지는 시문으로 교류하던 당시 지식인들의 멋과 기품을 엿보게 한다.
「그립던중 경장(경장·다른 사람이 보낸 시를 높여 부르는 말)을 보내주시니 마치 천화가 어지러이 내리는 듯 해서 입에서 향기가 나도록 읊조리고 외임을 마지 않았습니다. 생도 또한 근일에 시문에 뜻은 두었지만 더위에 곤뇌함을 당해 땀을 훔치기 바빠서 시구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제 스님의 운에 의지해 시원치 않은 글이나마 지어 보내니 양해하십시오. 삼복더위에 법체 청안하십시오. 생 장지연 배」
또 구한말 도승지였던 김승기가 성해스님에게 보낸 편지에는 당시 조정이 사찰재산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임을 알려주면서 사찰재산을 몰수할지도 모르니 꼭 필요한 것을 숨겨두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명정스님은 편지에 대해 『우리나라 근대사와 사찰경제, 당대 최고의 선지식들이 꽃피운 선문화와 이제는 맥이 끊긴 한문 서한문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며 『7월을 전후해 「삼소굴소식」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통도사=김종흥 기자>통도사=김종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