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삶 전체적 조망없고 해설·감상 급급/「천년의 사랑」엔 “역겨운 환상문학” 혹평도「비평이 죽어가고 있다」 문학계간지마다 이번 여름호에서 비평분야를 심도있게 다루면서 내린 진단이다.
「문학동네」는 『오늘날 문학비평은 퇴폐적 징후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문학비평 위상론, 대중문학론, 민족문학론을 권성우 유보선 고미숙의 글로 진단했고, 젊은평론가 김춘식 김탁환 방민호 양진오 오형엽 장소진 장은수등의 발언을 따로 묶었다.
「문학과사회」는 「맥락의 비평」이라는 제하에 황종연 박혜경 홍정선씨의 글을 실었다. 홍씨는 『비평은 시집이나 소설집 뒤에 붙어서 곁다리로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로 전락해가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하나의 단어나 구절의 의미에서 작품전체의 의미에까지 풍요로운 문학적·개인적·사회적 의미들을 짐작하고,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려 읽을 수 있는 맥락의 독서를 전제로 한 비평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맥락의 비평은 「한편의 텍스트를 읽으며 수 많은 다른 텍스트를 교차시켜, 그물코로 생각하며 읽고 쓰는 행위」인데, 그 모범으로 김현 유종호 김윤식 김우창 김병익이 거론되었다.
염무웅은 「한국문학」의 칼럼에서 『이론비평은 개별학문의 전문용어와 논리에 매몰되어 문학과 삶의 전체적이고 살아 있는 조망을 상실하고 있고, 실천비평은 감상·해설의 수준으로 퇴행하고 있다. 민족문학론의 문제의식중 하나는 이론과 실천의 괴리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썼다.
지난해 크게 히트한 양귀자 소설 「천년의 사랑」에 대한 때늦은 비판이 「세계의 문학」과 「문학동네」에 동시에 실린 것도 화제이다. 한기는 「세계의 문학」에서 환상문학이라는 말을 꺼내면서 『「천년의 사랑」은 현실적인 설득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불결했고 역겨웠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글에는 리얼리즘, 루카치, 상업주의라는 단어들이 등장한다.
고미숙은 「문학동네」에서 과격하게도 『단언하건대, 「천년의 사랑」과 「열두마리 고래의 사랑이야기」(평론가 김탁환의 소설)가 우리시대의 지적 퇴행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될 것이 틀림없다』고 썼다. 그는 『소설에서 환상성이 왜 필요한가? 독자의 구미를 당기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그것은 삶의 불가해성, 존재의 심연, 정서적 파토스를 담는 절실한 인식에서일 것이다』고 주장한다. 한편 「작가세계」의 특집은 소설가 조성기씨이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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