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걸쳐 2,756억원 증자 정상화추진” 약속/영업권 인정·김중원 회장 개인재산처분도 밝혀한일그룹은 파격적인 인수조건을 제시, 부도는 냈지만 주택건설업계의 선두주자인 우성그룹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우성그룹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신광식 행장 직무대행은 13일 한일그룹이 우성그룹 인수자로 선정된 후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그룹이 우성그룹의 기존 이자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이자까지 우대금리(8.75%)로 지불하겠다는 좋은 조건을 제시, 인수자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일그룹은 이밖에도 이자의 80%는 연장없이 당해연도에 지불하고 우성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앞으로 2∼3년에 걸쳐 2,756억원을 증자를 통해 우성그룹에 쏟아붓겠다고 채권단에 약속했다.
더구나 우성그룹의 영업권(프리미엄)까지 인정했다. 우성그룹의 자산과 부채를 실사해 우성의 자산이 빚(부채)보다 더 많을 경우 15%의 프리미엄을 채권단에 얹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빚이 자산보다 많을 경우 우성그룹은 「깡통회사」나 마찬가지인데도 한일그룹은 30%의 프리미엄 인정조건을 받아들였다.
신행장대행은 이와 관련, 『한일그룹측은 수원의 공장부지 9만9,000평을 최근 주택사업지로 인가받아 5,200세대 아파트 건설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중 3,200세대분을 우성건설에 도급해주겠다는 구체적인 우성건설 정상화계획을 제시했다』며 『한일그룹내 비업무용 부동산과 김중원회장의 개인재산까지 처분, 자금조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한일그룹과 경합을 벌였던 미원그룹은 ▲1,500억원을 증자해 우성그룹정상화에 투입하고 ▲채권금융단에 5,000억원의 추가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상당기간동안 이자를 면제해달라는 인수조건을 제시했다는 게 신행장대행의 설명이다. 신행장대행은 『우성그룹의 주식은 한보그룹의 유원건설 인수때와 마찬가지로 주당 1원에 한일그룹에 인수된다』며 『선정과정에서 어떠한 외압도 없었다』고 밝혔다.<유승호 기자>유승호>
◎한일 어떤 회사인가/60년대 아크릴 섬유 생산으로 성장 거듭/최근 건설·정보통신 사업추진 재계 27위
한일그룹은 한일합섬 국제상사 동서석유화학 등 8개사를 거느린 재계 랭킹 27위(95년 자산 기준)의 중견그룹. 이번 우성그룹 인수로 단숨에 매출액 약 2조원, 자산 5조2,800억원의 재계 랭킹 14위그룹으로 부상하게 됐다.
한일이 우성을 인수한 것은 섬유와 신발등 경공업위주에서 탈피, 건설 생명공학 전자 정보통신 등 첨단 고부가가치업종으로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91년 신설된 한일합섬 건설사업본부는 대단위 아파트단지 및 종합레저타운 조성에 참여, 현재 도급순위는 180위다. 우성 인수로 도급순위 10위권 건설업체로 급부상한 한일은 그룹내 건설부문 매출비중을 현재 10%에서 2000년까지 40∼50%로 늘릴 방침이다.
부산·경남지역에 기반을 둔 한일그룹은 59년 고김한수회장이 경남모직공업(주)을 설립하면서 출범했으며 64년에 한일합섬을 창립, 당시 「마법의 섬유」로 불리던 아크릴을 생산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한일은 5공시절 재계 7∼8위규모의 국제그룹이 해체되면서 국제상사 등 5개의 계열사를 인수, 현재와 같은 거대 경공업그룹으로 부상했다.
82년 선대회장이 타계하면서 대권을 물려받은 김중원 회장은 지난해 6월 김중건경남모직회장등 동생 3명에게 경남모직 부국증권 한효개발 한효건설 등 4개 계열사를 떼어주고 내실위주의 경영을 해왔다.<남대희 기자>남대희>
◎재계반응·뒷얘기/10대그룹내 진전없자 막판 경쟁가세 “낙점”/“자산·매출 급상승” 일부는 벌써 경계 분위기/우성측 “견실한 업체가 경영권 맡게돼 다행”/“건설업계 새강자 나오나” 파장주시
○…재계는 한일그룹이 우성그룹인수업체로 최종 낙점되자 「뱀이 용을 삼켰다」는 반응과 함께 건설업계의 판도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일그룹은 자산을 기준으로 한 96년 재계순위가 27위로 우성의 95년 순위(올해는 부도로 제외)와 같지만 건설도급한도액은 180위에 그치고 있어 도급한도액 18위의 우성을 인수함에 따라 그룹의 자산과 매출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성은 건설업체로서의 규모가 클뿐만 아니라 주택업체로서의 명성도 갖고 있기 때문에 인수이후 이를 잘 살리면 건설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할 공산이 크다』면서 『일부 업체들은 우성인수 이후의 대책마련에 나설만큼 벌써부터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우성그룹은 부도이후 4개월여의 진통끝에 인수업체가 한일그룹으로 결정되자 비교적 견실한 업체가 경영권을 맡게 돼 다행이라는 분위기.
그룹 고위관계자는 『부도이후 직원들과 입주예정자들의 자구노력으로 별탈 없이 꾸려왔지만 선장없는 항해가 장기화할 경우 또 다른 시련을 겪게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컸다』면서 『늦은 감은 있지만 건설부문에 의욕을 갖고 있는 업체가 인수하게 돼 종업원들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고 전언.
○…올 1월18일 우성그룹이 최종 부도처리된후 근 4개월동안 인수업체 물망에 올랐던 회사들은 10여개사에 이른다.
부도직후에는 삼성과 현대 LG 대우 등 10대그룹이 우선 거론됐다.
그러나 정작 10대그룹들은 공식적으로 인수의사를 표명하지도 않았으며 떠도는 인수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표시했다.
제일은행측은 2월중순 한화그룹을 포함해 4∼5개 그룹들과 인수조건 등을 놓고 협상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렇다 할 진전이 없자 제일은행은 인수가능 업체의 범위를 재계순위 30위권까지 넓혀 이들과 접촉하며 3월 한달을 분주하게 보냈다.
정작 채권금융단 운영위원회의 표결까지 갔던 미원그룹이 인수업체로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4월중순 이후이며 한일그룹은 이보다 더 늦은 4월말께 제일은행측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도 인수경쟁을 벌였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물러났다.
인수업체의 윤곽이 처음 드러난 것은 8일 비밀리에 열린 제일은행등 7개주요 채권기관장회의. 제일은행측은 이날 한화와 미원 한일그룹등 3개 기업을 제시했으며 이중 은행측의 조건을 모두 수락한 미원과 한일 두 그룹이 채권단 운영위원회 최종 표결에 부쳐져 결국 우성그룹은 한일로 넘어가게 됐다.<김동영·유승호·남대희 기자>김동영·유승호·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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