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사원과 킬링필드의 나라 캄보디아가 우리와 준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키로 결정했다. 프놈펜과 서울에는 곧 각각의 상주대표부가 설치된다. 이것으로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를 포함한 인도차이나 공산권 4개국과의 수교가 완성을 본 셈이다. ◆그중에서 캄보디아가 제일 늦었던 것은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우익군사정권이 성립되면서 좌파를 편들던 국왕 노로돔 시아누크는 김일성에게 망명의 몸을 의탁했다. 이런 인연으로 캄보디아에 좌익정권이 들어서고 시아누크가 국왕으로 복권된 후 어느나라보다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국왕 경호대가 북한 특수부대 요원으로 구성돼 있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외개방의 대세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웃이 모두 살 길을 찾아 문을 여는데 혼자서 버티는 것은 고립과 멸망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여기에 우리의 공격적 공산권외교가 표적을 제대로 맞혀 떨어뜨린 것이다. 우리 외교의 모처럼의 개가라 할만 하다. ◆일이 이처럼 잘 풀린 데는 최근 캄보디아 주재 북한대사관이 위조달러 유통에 개입한 사건도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캄보디아경찰은 당시 북한대사관 차량에 위폐를 숨겨 갖고 있던 일본 적군파 다나카 요시미를 잡아 미·일·태국 3국합동 수사팀의 조사를 받게 했다. 북한은 책임을 물어 캄보디아주재 대사를 경질했지만 캄보디아정부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사건의 공식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일본과의 수교 교섭에서도 북한의 달러위조 혐의가 진척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 유해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경제제재 추가해제를 유보하고 있고, 북한은 사건 해명을 위해 일본 외무성기자단의 평양방문을 초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지금 위조 달러로 얻은 이익의 몇배를 그 값으로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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