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 폐암 유발」 연구결과 은폐 등/미 시장 47% 점유 필립모리스 고발상품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약점은 감춰지고 장점이 과대포장되기 마련이다. 최상의 기호품이지만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 담배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미화되어온 사례를 지적한 책이 최근 미국서 출간돼 주목을 끌고 있다. 사회역사학자이며 소설가인 리처드 크루거가 펴낸 「재에서 재로(Ashes to Ashes)」(크노프간)는 담배와 관련된 기업가 과학자 등 200여명을 인터뷰하고 각종 소송을 망라한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이다.
그는 미국 담배시장의 약 47%를 점유하고 있는 필립 모리스사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1950년대까지도 시장 점유율이 10%에 못미쳤던 필립 모리스사는 그 회사 최초의 필터 담배인 말보로를 만들어내면서 상황을 바꾸어 놓았다. 담배산업의 성장이 광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크루거는 말보로가 포장과 마케팅을 통해 획기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한다.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은 진작부터 있었지만 1950년까지 그것은 도덕적 관점과 결부된 단편적인 증거를 통해 지적될 뿐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에서 담배가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크루거는 암 뿐 아니라 기종, 심장병, 심장마비 등이 흡연과 상관성이 있다는 임상증거자료를 두루 제시했다.
이 책의 핵심은 담배회사가 그들의 상품과 상충하는 건강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파헤친 데 있다. 크루거는 담배회사는 흡연이 건강을 해친다는 점을 부인했고 흡연과 건강이 아무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을 보증해줄 연구조사에 늘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필립 모리스의 수석과학자였던 헬무트 웨이커함은 미 공중위생국이 1964년에 발표한 「흡연은 건강에 해로우므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아들여 덜 유해한 담배를 만들도록 회사에 조언했다. 하지만 회사는 그 충고를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순하게 만들어진 새 담배가 기존담배의 입지를 위협할 것을 염려했다고 한다. 또 담배로 인한 폐암발병을 이유로 필립 모리스사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었던 83년 사내 연구소가 쥐 실험을 통해 흡연은 중독성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자, 회사는 연구소를 폐쇄하고 실험에 사용된 쥐를 모두 폐기했다. 관련 연구자들은 그 정보를 발설하지말도록 명령을 받았다고 크루거는 주장한다.
클린턴 미대통령이 담배를 중독성약품체계에 포함시켜 관리토록 결정하는등 공개적으로 흡연에 반대하고 나선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평가하는 크루거는 책의 끝부분에서 『담배회사는 그들의 사기와 속임수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기업의 정직성을 환기시켰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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