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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사진 연관성 확보 지면산만 막아야(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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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사진 연관성 확보 지면산만 막아야(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입력
1996.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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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독자의 소리 동일면에 게재 시도를『변화하는 시대에 가장 바람직한 신문의 모습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지난주 한국일보에 게재된 기사의 문제점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우선 한국일보를 읽을 때 눈에 띄는 문제점은 사진이 무절제하게 게재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신문은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바뀌고 있다. 단조롭게 기사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감을 살릴 수 있도록 생동감있는 사진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장의 사진이 수 백마디의 말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을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했을 때는 지면이 산만해질 뿐 아니라 공신력이 떨어진다.

사진도 기사에 비해 불필요하게 큰 경우가 많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스포츠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5월 7일자 34면에 실린 「말썽꾼 로드맨 여장」제하의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도 없고 지나치게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 9일자 31면에 게재된 「고려대 8년만에 패권」사진도 너무 커 보였다. 기사가 부족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스포츠면에는 큰 사진을 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불필요한 사진은 독자들을 짜증나게 한다.

둘째, 최근 한국일보 뿐 아니라 대부분 신문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정보화 기사의 문제이다. 한국일보는 「정보통신」과 「뉴미디어 2000」이라는 고정면을 할당하여 정보화관련 기사를 전달하고 있다.

정부 뿐 아니라 사회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정보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시의적절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기사의 깊이가 없다. 인터넷 등 컴퓨터를 이용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신문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기사도 나름대로 의의가 있지만 잘못하면 독자들에게 정보화에 대한 환상이나 소외감만 심어줄 위험성이 크다. 아직까지 정보화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깊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화가 갖고 있는 긍정 또는 부정적인 사회적 의미를 다루는 기사가 필요하다.

셋째, 한국일보의 사회면 기사를 보면 때로 피상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독자들은 신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건을 자세히 알고싶어 한다.

물론 신문이 모든 사건을 다룰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쟁점이 되고 있는 사건의 전개와 사회적 의미를 다양한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정치면 기사가 「…과제」「…전망」이니 하면서 정치사건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제시하려고 시도하는 반면 사회면 기사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5월 7일자 사회면에 실린 광명에서 발생한 장모의 사위살인사건은 가정폭력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하게 조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가볍게 다뤘다는 인상을 준다.

뿐만 아니라 5월 6일자 사회면 한쪽 구석에 실린 대학총장 직접선거 기사도 그렇게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될 성격의 기사였다. 이 문제는 현재 대학가에서 주요 쟁점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의 장래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의견을 듣고 기사를 써서는 안된다.

현재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주요 사건을 외면하고 불필요한 사진이나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이 게재될 때 한국일보의 권위에 흠집이 날 수도 있다.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사건을 다양한 시각에서 심층적으로 보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일보는 지면구성에 있어서 여전히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여겨진다. 예를 들면 한국일보는 사설과 독자의 소리를 각기 다른 면에 싣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외국 신문의 경우도 그렇지만 현재 국내 다른 일간지도 이미 사설과 독자의 소리를 같은 면에서 소화하고 있다. 사설과 독자의 소리는 의견이라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논설위원이 쓰는 사설과 일반 독자가 쓰는 독자의 소리를 함께 게재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깊이 있고 공정하며 독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한국일보가 되기를 바란다.<최현철 고려대교수·미아이오와대 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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