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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팬터마임 마르셀 마르소 내한 공연(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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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팬터마임 마르셀 마르소 내한 공연(공연리뷰)

입력
1996.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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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화려하지만 공허한 무대프랑스 팬터마임의 거장 마르셀 마르소의 세번째 내한공연(6∼7일 서울 KBS홀·9일 부산 문화회관)은 단 3회동안 약 4,600명 관람이라는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큰 호응 뒤에는 씁쓸함이 남았다. 제자 4명과 함께 내한한 마르소는 이번 공연에서 자신이 50년 전부터 선보여 온 작품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1부의 소품들에선 사무원 화가등의 일상을 단편적이지만 강렬하게 꼬집었고 2부에선 마르소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꽃 달린 모자를 쓴 비프라는 인물이 등장해 서커스, 거리의 악사, 자살 등을 드라마로 꾸몄다. 이 소재들은 우리나라 마이미스트들도 전통적으로 애용해 온 낯익은 것들이어서 그의 작품이 마임의 고전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없었다. 73세의 그는 78년 첫 내한때와 같은 절도있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고 최근 유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동구권 마임이 개척한 새로운 표현영역(타장르와의 교류, 내면의식의 표출 등)은 발견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프로정신의 결여. 5일 하오 늦게야 서울에 도착해 6일 상오 기자회견을 가진 그는 무대리허설을 하느라 예정시간보다 40분 늦게 막을 올렸고 프로그램 수록작품 중 1개는 공연하지 않았다. 그를 초청한 주최측의 운영미숙도 더해졌다. 티켓판매와 예매관객 좌석배정을 단 2개의 창구로 소화하느라 입구는 이틀 내내 큰 혼잡을 일으켰다. 신체 움직임 하나, 표정 하나에 시선을 집중해야 하는 마임공연을 1,800석의 대극장에서 강행한 탓에 관객들은 1층 복도로 몰려들었으나 이에 대한 통제도 전혀 없었다.

현재의 활동보다 한 때의 명성만 보고 외국의 옛 명사들을 초청하는 「문화주변국」의 단면을 드러낸 공연이었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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