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낸 옥중 편지 모음/서양 중심 역사관 극복 제시마하트마 간디와 함께 인도의 독립운동을 이끈 지도자이자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1889∼1964)가 딸에게 보낸 옥중편지를 모아 엮은 「세계사편력」은 서구중심의 역사관을 극복하고 균형된 시각에서 동·서양의 역사를 바라본 고전으로 꼽힌다. 이 책은 네루가 독립운동을 한 혐의로 체포돼 1930년 11월부터 1933년 8월까지 약 3년동안 인도의 몇몇 형무소를 전전하며 외동딸 인디라 간디(1917∼1984)에게 쓴 편지 196통을 묶은 것이다.
네루는 딸에게 「역사와 인생」을 보는 거시적 안목을 길러주기 위해 세계사에 관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나는 네가 한 두 나라에 국한되는 편협한 역사를 배우지 말고 전세계의 역사를 연구하라고 권하고 싶다』는 말로 세계사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편지의 일관된 흐름은 「동양인의 시각에서 동양을 다시 보자」로 해석할 수 있다. 서양이 동양을 침략했을 때부터 인종적 우월감에 의해 왜곡되기 시작한 인도와 동양의 본모습을 되찾자는 것이다. 네루는 민족과 국가, 인물을 평가할 때는 영토와 권력의 크기보다 문화창달과 평화, 대중의 삶에 얼마나 공헌했는가를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딸이 13세 되던 해 보낸 「새해선물」이라는 첫 편지에서 『역사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일은 역사를 만드는데 참여하는 일이다』라고 썼다. 아버지의 편지를 읽으며 자란 간디는 훗날 인도의 총리가 되었으나 84년 시크교도인 경호원의 총탄에 맞아 비극적인 최후를 마쳤다.
인도북부 카슈미르에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난 네루는 15세때 영국으로 유학,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하고 귀국후 법률가의 길을 걸었다. 1921년 반영투쟁으로 첫 체포된 이후 45년까지 9차례 옥고를 치렀으며 47년 독립인도의 초대 총리가 되어 17년동안 인도를 이끌었다. 저서로는 「인도의 발견」등이 있다. 「세계사편력」은 국내 여러 출판사가 축약본을 출간했으며 지난해 10월 일빛출판사가 전3권으로 완역했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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