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다예프 스위스 병원에” 고문/타후보 밀약설 등 옐친 관련 많아/체첸 방문 발표하자 “생보가입”도「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리 없다」는게 우리사회의 통념이다. 어떤 소문이든 그만한 근거가 있다는 뜻이며 현 세태를 일부 반영하는 것도 사실이다.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회적 이완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러시아에도 숱한 「슬루히(소문)」가 떠돌아 다니고 있다.
러시아 일간지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가 모아 놓은 「이 주일의 소문」 랭킹에 의하면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대선 결과가 1위로 올랐다. 옐친 대통령이 6월16일의 1차 투표에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이 소문은 지난달 19일 열린 모스크바 핵정상회담 이후 빌 클린턴 대통령과 가진 미·러 단독정상회담이 근거가 되고 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보리스, 다음 G7(혹은 G8) 정상회담에 나올 수 있을까』라고 묻자 옐친이 『무슨 소리, 내가 왜 못나가』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이에 클린턴이 『2차 투표가 치러지는 7월초에 모스크바를 떠날 수 없을텐데』라고 말하자 『두고 봐, 2차 투표는 없을테니까』라고 장담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이 대화가 「이 주일의 소문」 1위에 오른 것에서 보듯 러시아인들은 옐친의 재선에 대해 콧방귀만 뀌고 있는 것같다.
옐친과 타 후보들간의 밀약설도 5위에 올랐다. 옐친이 이달초 제14군 사령관 출신의 알렉산데르 레베드 후보와 회동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레베드의 국방장관 기용설이 그럴싸하게 나돌고 있다. 대선밀약설은 옐친이 또다시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후보와 접촉하면서 더욱 신빙성을 더하고 있는 상태다.
옐친이 내전중인 체첸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그의 생명보험 가입설이 8위권에 올랐다. 한때 피살설이 전해졌던 체첸지도자 젤림한 얀다르비예프가 옐친에게 체첸 방문전 생명보험에 들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렘린 경호실측은 대통령의 체첸 방문공약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실은 가능한한 방문일시 및 방문지를 특급비밀로 하는 등 대비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경호원칙이나 조언을 무시하고 마음내키는 대로 행동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대선을 의식하고 있는 대통령이 체첸 심장부에서 많은 체첸인들과 만나거나 연설하는 등 선거캠페인을 벌일 것으로 보여 경호실은 전쟁터에서의 효과적인 요인 경호방안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례식까지 치러진 체첸의 전최고 지도자 조하르 두다예프가 죽지않고 식물인간이 돼 있다는 소문은 여전히 6위에 올라 있다. 두다예프의 식물인간설은 피살 당시부터 나왔으나 이제는 그가 치료받기 위해 스위스로 떠난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넥도트(유머, 일화)」와 함께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슬루히는 러시아 보통사람들에게 현실의 고통을 잠시나마 덜어주는 진통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같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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