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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린 인도총선 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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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린 인도총선 2인

입력
1996.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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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 총리/부패 스캔들로 4년만에 하차/카리스마 불재 겹쳐 9억인구 결속 실패나라시마 라오 인도 총리(74)가 10일 집권 국민회의당의 총선 참패에 따라 퇴진했다. 91년 암살된 라지브 간디를 뒤이어 총리직을 승계한 라오는 4년여의 재임 기간에 파산상태에 빠진 국가경제를 자유시장제로 전환시키며 국제경제사회에 접목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두차례 외무장관을 역임한 경험을 살려 외교적으로도 비동맹노선에서 탈피, 외교다변화를 통해 인도를 서아시아의 강국 반열에 확고하게 올려 놓았다.

라오가 당초 「과도기적 인물」이라는 평판과 달리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약점으로 지적된 비정치색과 우유부단에 가까운 신중함이 오히려 파당간 투쟁이 난무한 인도 정치판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때문인 듯 싶다. 하지만 결여된 카리스마로 인구 9억이 넘는 인도 내부를 철저히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여러 차례의 불신임 고비를 넘기며 이행된 경제개혁은 중산층의 확대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소외된」 하층민의 자각을 촉발, 기득층을 기반으로 한 국민회의당에 대한 비토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93년부터 불거진 「부패 스캔들」은 그의 최대 무기인 「미스터 클린」이미지 마저 잠식하며 추후 법정에 서야 할 불명예를 안겨줄 가능성도 남겨 놓고 있다. 「무거운 짐」을 벗은 라오가 염원해오던 저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풀란 데비/“여적서 선량으로” 급격 변신/영화 「밴디트 퀸」 주인공… 지주에 압승

「여적에서 의원으로」

영화 「밴디트 퀸(도둑의 여왕)」의 실제 주인공 풀란 데비(39)가 인도 총선 3차 투표 중반 개표결과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다. 국민·좌파전선(NF·LF)연합내 사회당 후보로 북부의 우타르 프라데시주 미르자파르 선거구에서 출마한 그가 드라마틱한 인생유전에 또하나의 획을 그으며 「로크 사바(하원)」의원으로 당당히 중앙정계에 서게 된 것이다.

영화화되기도 한 그의 생애는 말그대로 파란만장하다. 카스트 신분상 최하층의 천민 태생으로 11세의 어린 나이에 소 한마리와 자전거 한대에 팔려 강제 결혼, 자신을 무참히 짓밟은 상층계급 남자 22명을 한번에 공개 처형해 전국을 경악시킨 비적의 여두목, 투항과 11년의 옥살이, 그리고 빗발친 여론의 성화에 따른 특별 사면.

그의 역정은 신분제도와 성 차별이 뿌리 깊은 인도 사회의 질곡같은 단면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연약한 여성의 몸으로 총을 들었던 그는 제도하에서 신음하는 「억눌린 자」들의 호쾌한 대변자였다. 94년 출감후 사회사업가로 변신, 차별받는 여성 보호에 앞장서 왔던 데비는 이번 선거에서 현역의원이자 최상층 브라만계급의 대지주인 힌두인민당(BJP)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리드했다. 이제 관심은 부패스캔들의 장본인들인 「큰 도둑」들이 활개치는 정계에서 펼칠 그의 활약이다.<윤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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