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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가격파괴」 행사 마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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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가격파괴」 행사 마찰음

입력
1996.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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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협,피카소 작품 등 염가 판매화랑 첫 제재조치/“시장혼란­왜곡된 유통구조 개선” 양측 입장 맞서미술대중화를 추진중인 화랑업계에 「가격파괴」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화랑협회(회장 권상릉)는 「시중가의 50∼60% 할인판매」를 내세운 「마니프96 서울국제아트페어」가 작품가격을 개혁하는 것처럼 오도했다고 기획자 김영석갤러리아미대표에게 지난달 12일 경고장을 보낸데 이어 「5월미술축제―한 집 한 그림걸기」행사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피카소등의 작품을 100만원에 판 서미화랑(대표 홍송원)을 엄중제재키로 했다. 화랑협회가 작품값과 판매방식을 문제삼아 화랑을 제재키로 한 것은 처음이다.

협회는 김씨에게 보낸 경고장에서 『국내 미술품가격에 포함된 50∼60%의 「거품」을 제거한다는 홍보는 시장질서를 혼란시키고 많은 화랑과 작가의 권익·명예에 큰 피해를 주었다』고 지적, 즉시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씨는 『국내 미술시장의 유통구조가 비합리적이고 미술품이 호당 가격으로 매겨진 탓에 이중가격이 형성된 현실을 개선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에 대해 제동을 거는 것은 다수의 횡포』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협회가 마니프의 50∼60% 할인판매방식을 반대하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일뿐 실제로는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외국작품을 싸게 파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4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된 마니프행사에는 국내 중견·소장작가 23명과 미국의 프랭크 스텔라, 프랑스의 폴 기라망등 29명의 작품이 나왔으며, 14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한편 화랑협회는 1∼5일 열린 5월미술축제 기간에 국내외 유명작가작품 150점을 100만원 이하로 판매한 서미화랑에 대해 7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사실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권회장은 『피카소와 칸딘스키의 작품을 100만원에 판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작품 진위여부와 판매과정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작품들이 전시되지도 않고 현장에서 판매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감상기회를 박탈한 점도 협회의 방침과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씨는 『화랑을 운영하면서 축적된 소장품을 서비스차원에서 공급하고자 했다』며 『판매도 지방고객들을 고려, 현장에서 바로 인도하는 아트페어형식을 취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술계의 논란을 장기불황에 겹쳐 내년 미술시장이 개방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국내 시장구조와 가격체계가 재편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술평론가 최병식씨(경희대교수)는 『미술시장에서 과대평가된 작품도 있지만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작품도 많다』며 『경매제 도입등 다양한 제도적 보완과 작가·화랑의 의식개혁, 좋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감식안 제고등이 뒤따라야 진정한 미술대중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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