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무문제 “주고받기” 순탄예고/북,대외 타협이미지 심는 계기/남북대화 답보속 진행… 우리측 설자리는 좁아져북·미 유해협상 타결은 94년 제네바 핵합의에 이어 양국관계의 진전을 가로막아 온 또하나의 걸림돌이 제거됐음을 의미한다.
양측은 4일부터 5일동안 뉴욕에서 열린 이번 협상에서 당초의 입장에서 한발씩 물러나 타협점을 찾아냄으로써 상호 신뢰의 기반을 한층 공고히 하는데 성공했다.
북한은 미국측의 희망사항인 유해 공동조사단 구성에 응하는 대신 그동안의 발굴 작업에 대한 대가로 당초 요구액의 절반인 2백만달러의 보상을 얻어냈다.
이번 거래를 통해 북한이 얻은 것은 금전적 보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적군의 유해 발굴및 송환이라는 인도적 문제에서 미국측에 자그마한 양보의 선물을 건넴으로써 「타협할 줄도 아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미국인들의 뇌리에 심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합의대로 올해안에 유해 공동발굴 작업이 시작되면 이는 양국간 최초의 「합작사업」이 되는 셈이다.
북한과 미국이 회담결과 발표문에 『이번 합의가 북·미관계 개선에 기여하리라는 믿음을 표명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향후 양국관계의 의미있는 진전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다.
그동안 클린턴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랄히 비난해 온 프랭크 머코스키 공화당 상원의원도 회담종료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협상타결은 『양국관계 진전을 향한 중대한 발걸음』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사실 북·미 양국은 핵합의 이후 쌍무적인 분야에서 나무랄데 없는 협조정신을 발휘해 오고 있다. 북한의 핵동결 조치속에 최근 진행된 미사일 수출금지를 위한 예비접촉도 성공적이었다.
북한은 미국측에 테러포기를 약속하는 서한을 보냈고 빈번하게 미국을 오가는 북한 지도층 인사들과 미국 관리들간의 비공식회동도 꼬리를 물고 있다. 또 미국이 북한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 완화방안을 손질하고 있는 사이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준비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미국은 제네바 핵합의 이후 핵문제에 있어서는 한 미 일 3국 협의를 통한 공동보조를 취해나가는 한편 미군 유해 발굴과 북한미사일 수출규제 등 기타 쌍무문제에 관해서는 북한과의 직접협상을 병행하는 이른바 「양궤도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은 북·미간에 이해가 합치되는 「공동승리 시나리오」가 한국측에는 「제로섬 게임」의 부담을 준다는 사실이다. 남북대화나 이를 우회하기 위해 고안된 4자회담 제의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가운데 계속되는 「북미탱고」의 와중에서 한국측의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은 이번 협상과정에서도 증명됐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북·미 유해협상 합의문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은 96년 5월4∼9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한국전 실종미군 유해문제에 관해 회담을 갖고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미국은 북한이 과거 미군 유해 발굴및 송환에서 보여준 노력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명했다. 미국은 이같은 노력에 대한 대가로 DPRK에 2백만달러를 지불할 것이다. 양측은 이같은 대가 지급이 향후의 보상에 선례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점에 합의했다.
◇양측은 6월 상반기중 추후 결정될 장소에서 공동 발굴 작업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갖기로 했다. 양측은 이같은 회동이 연내 공동 발굴작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양측은 이번 합의가 미·DPRK의 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믿음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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