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우위” 문법·독해까지 후퇴/조기교육·해외여행 등 장기적 개선 기대한국 학생들의 토플 성적 퇴보 현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영어 교육의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계는 문법과 독해 중심의 영어 교육을 지양하기 위해 중·고교의 영어시험과 수학능력시험 등에서 「듣기평가」를 의무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번 토플성적의 결과는 영어 실력이 하루아침에 향상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미교육위원단이 10일 공개한 세계 각국의 93∼95년 토플 성적에 따르면 1백82개 국가 중 1백36위를 차지한 한국 응시생들은 듣기 능력 평가에서 점수가 가장 낮았다. 68점 만점에 49점을 얻어 세계 1백82개국 중 1백62위였다. 이항목에서 한국보다 뒤진 국가는 콩고와 세네갈 등 10개국에 불과했으며 북한 일본과는 같은 점수였다.
독해(67점 만점)와 문법(68점 만점)항목은 각 52점을 얻어 90위와 1백20위를 차지했다. 물론 이 점수도 91∼93년의 독해 52점(87위), 문법 51점(1백25)에 비교하면 순위가 다소 하락했다. 이 결과는 그동안 한국 학생들이 영어의 독해와 문법은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실력이 높다는 일반적 평가를 뒤엎는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영어 교육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아직도 실용영어 중심의 교육이 정착되지 못한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지적했다. 고교에서 실용영어 중심으로 배운 90년대 대학생들도 아직까지 영어회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요즈음 학부모들의 영어 조기교육 열기와 초등학교에서의 영어 교육 실시, 대학생들의 해외여행 등으로 벙어리 영어교육의 문제점은 장기적으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실용영어만 강조하다 보면 문법과 독해 실력이 퇴조할 가능성도 있어 한 영역에만 치우치는 영어교육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요즈음 고교와 대학에서 문법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신세대 회사원과 대학생들이 토플 문법에서 점수가 나오지 않아 문법전문 단과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려대 국제어학원장인 정종화교수(60)는 『한국 학생들이 토플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직도 눈으로만 보고 읽는 독본 영어의 수준에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점은 영어의 전영역을 골고루 공부하며 생활속에서 직접 체험하는 실용영어가 보편화해야 해결 될 것』이라고 말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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