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조」 사전협의여부 규명 관심/결과따라 정치적 폭발력 잠재검찰이 10일 뉴질랜드에서 강제귀국조치된 최승진씨를 긴급구속함으로써 11개월간 보류됐던 외무부공문서변조사건에 대한 수사가 재개됐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때 이미 최씨를 문서변조자로 결론지은 상태. 따라서 검찰은 최씨가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11일중 공문서변조 등 혐의로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의 고민은 사건성격상 최씨에 대한 사법처리로 간단하게 매듭지어질 사안이 아니라는데 있다. 최씨가 문서를 변조해 당시 민주당측에 전달한 경위와 권로갑 의원이 문서가 변조된 사실을 과연 알고 있었는지 여부 등 핵심의혹들에 대한 진상이 규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권의원외에 헌법재판소 조승형 재판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도 사건의 표면에 노출돼 있어 정치적으로 엄청난 폭발력이 잠재돼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6월 모월간지가 『권부총재로부터 입수한 외무부의 「지방자치제 연기를 위한 외국사례 수집」지시공문이 변조됐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외무부가 즉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이 사건은 6·27지방선거직전 정국을 돌풍속에 몰아 넣었다. 권의원은 제보자 최씨의 신원을 공개하며 최씨가 「외무부가 전문변조 은폐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왔다고 밝혔고 이후 이 사건은 민주당이 공로명 외무장관을, 외무부가 권의원과 김총재를 각각 명예훼손혐의로 맞고소하는 등 5건의 고소공방전으로 이어졌다.
당시 검찰수사에서 최씨가 변조공문을 부인을 통해 권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은 확인됐다. 외무부가 해외공관에 보낸 공문은 지자제 운용현황파악 및 언론취재지원 공문이었는데 「지자제 선거연기를 위한 참고자료 파악」으로 내용이 둔갑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외무부의 공문이 암호화해 전용통신망으로 해외공관에 전달되는 점등을 들어 암호해독 및 공문수발업무를 맡고 있는 최씨를 문서변조자로 잠정결론지었다. 그러나 최씨의 두번째 편지를 권의원에게 전달한 사람이 조재판관이며, 최씨와 권의원 사이에 김대중총재가 관련됐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사건이 더욱 미묘해졌다.
검찰수사는 최씨의 공문서변조경위 및 당시 민주당측과 사전협의 여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최씨는 이날 『문서는 조작되지 않았고 권의원과 사전협의나 지시도 일절 없었다』며 혐의사실을 원천적으로 부인했다.
사법처리문제와 관련해 김총재나 조재판관에 대한 조사는 사실확인 차원의 조사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나 권의원은 사정이 다르다. 권의원은 지난해 6월 29일 1차조사에서 『변조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지만 법적 책임을 면하기는 쉽지 않다. 외무부가 문서변조지시 사실을 공식부인한 뒤에도 계속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권의원이 최씨의 주장을 사실로 믿을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될 경우 책임을 면할수도 있으나 검찰은 권의원이 이 사건을 선거정국에 이용했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검찰은 『최씨 조사후 권의원의 재조사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이지만 사실상 권의원의 재소환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국회개원을 앞두고 선거부정수사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묘한 상황에서 검찰이 과연 강경 사법처리 카드를 선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이태희 기자>이태희>
◎최승진씨 사건 일지
▲95.6.19:모월간지, 민주당 권로갑의원의 제보로 사건 보도.
▲6.20:외무부, 문서변조사실 부인.
▲6.25:권의원, 문서제보자 최승진씨 공개.
▲6.26:외무부, 최씨 직위해제및 귀국명령.
▲6.27:최씨 잠적.
▲7.3:최씨, 뉴질랜드 정부에 난민자격 허가신청.
▲9.14:외무부, 이동익뉴질랜드대사 소환.
▲12월초:뉴질랜드, 최씨 난민신청 기각결정.
▲12월말:최씨, 난민지위심판소에 항소.
▲96.5.9:뉴질랜드, 최씨 난민자격 불인정 강제출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