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 결정적 계기/「나 부총리 주관·청와대 협찬」 정설로신재벌정책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재벌, 그것도 극히 미묘한 총수체제를 건드리는 것인 만큼 어떤 은밀한 시나리오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한, 세계화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연한 조치이며 경제외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신재벌정책의 탄생은 「재정경제원 주관, 청와대 협찬」이라는게 정설이다. 물론 오래전부터 재경원과 청와대 정책기획비서실, 그리고 경제비서실까지 가세, 실무자간 논의가 계속돼 왔지만 신재벌정책의 주요내용과 발표시기는 사실상 나부총리가 전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재벌정책은 정책기획비서실의 박세일전정책수석과 이각범현수석의 작품』이란 소문도 있지만 무게중심은 나부총리라는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신재벌정책의 공론화는 지난해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정광선 교수(중앙대)등은 세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처음 공식거론했다. 물론 논란끝에 세추위 정식의제로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경제력집중억제와 소유분산 중심의 기존 재벌정책이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세추위와 밀접한 관계에 있던 당시 박세일수석이 이끄는 청와대정책기획비서실과 재정경제원도 이때부터 실무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신재벌정책은 「아이디어」수준이었고 실제로 홍재형 전부총리 재임시절엔 구체적 내용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
신재벌정책 탄생의 결정적 계기는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이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재벌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나부총리는 경영투명성 제고방안 추진을 지시했다. 재경원은 경제정책국과 금융정책실을 중심으로 총선 직후인 지난달 20일께 신재벌정책의 최종안을 마련, 나부총리의 결재를 받았고 25일 김영삼대통령을 독대하고 돌아온 나부총리는 여신규제완화와 함께 경영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정책비서실은 이수석 부임후에도 이 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했고 정책수립과정에도 참여했지만 주연은 재경원이었다. 처음엔 신재벌정책팀에 빠졌던 경제비서실은 물론 정책비서실도 재경원최종안을 발표 불과 1주일전께야 비로소 받아봤으며 이후 신재벌정책의 당위성에 대한 자료를 통해 재경원을 측면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 재벌정책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김인호위원장이 이 즈음에 세부내용을 보고받았을 만큼 경영투명성 제고정책 결정과정에선 제외되어 있었다.
재벌정책같은 주요사안을 행정부가 이끈 것은 극히 드문 일로 평가된다. 이는 작년말 개각으로 등장한 나부총리 구본영수석으로 연결되는 현 경제팀의 정책결정중심이 어디있는지를 암시하는 대목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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