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사고의 우월성” 무너뜨린 명저잘못된 또는 검증되지 않은 통념이 오랫동안 당당하게 행세하는 사례가 있다. 원시인 또는 미개인의 사고는 비과학적·비논리적이며 문명인의 사고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견해가 그 중 하나이다. 20세기 초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브륄은 「미개심성」 「전논리적 사고」라는 표현으로 이를 개념화했다.
구조주의 인류학의 태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60년 풍부한 인류학적 자료와 구조주의 언어학에서 빌려온 정교한 분석법, 치밀한 철학적 논증을 통해 그러한 인식을 통박하는 「야생의 사고」를 냈다. 야생의 사고란 레비-브륄의 미개심성에 맞서는 개념으로, 신화적 사고이고 구체의 과학이다. 그는 미개인의 사고의 깊이와 논리구조를 밝혀냄으로써 그것이 문명인의 사고에 비해 미숙하거나 둘이 완전 별개가 아님을 증명한다. 예컨대 많은 미개종족이 사용하는 동식물 분류법은 오늘날 린네의 생물분류법과 비슷하다. 양자는 사물을 범주화하는 방법과 관심의 영역에서 다를 뿐 대립하는 것이 아니며 공존하면서 상호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 9장으로 된 이 책은 특히 마지막장에서 사르트르의 저서 「변증법적 이성 비판」에 나오는 미개인과 문명인의 사고에 대한 대립적·우열적 판단을 공격함으로써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자기문화중심주의에 빠져 우월감을 즐기던 서구식 합리주의는 이 책으로 말미암아 자기반성을 하게 됐다. 새로운 논리학과 세계관이 거기 있었다. 책 곳곳에 불쑥 불쑥 난해한 철학용어와 서술방식이 튀어나오는데 옮긴이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역주를 달았다. 인문과학 고전 총서인 한길 그레이트북스의 다섯번째 출판서. 한길사 간·안정남 옮김·1만8,000원<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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