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과 조세연구원이 9일 공청회를 통해 내놓은 「조세제도 및 조세행정의 중·장기발전방향」은 2020년까지의 조세제도 및 행정의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 조세제도·체계는 권위주의적이었던 개발연대시대의 특성을 그대로 견지, 일대개혁의 필요성이 지적돼 왔던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더 많이 세금을 거둬들이는가에만 역점을 두었지 얼마나 합리적으로 공정하고 공평하게 거둬들이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배려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세제·세정이 행정편의주의적이고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임기응변적으로 목적세를 신설, 남발하여 일관된 체계를 상실했다.이에 따라 세원포착과 징세가 용이한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중과세해 근로소득자들의 엄청난 불만을 사고 있다. 반면 사업소득자, 변호사 및 일부 의사들의 자유사업자등은 세원을 부분적으로 은폐, 탈세를 자행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상속세·증여세등도 세율이 높기는 하나 세정당국의 세원포착능력의 한계 때문인지 재벌총수 2,3세들도 외국에 비해서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적은 세금만 부담했던 것이다.
한편 부가가치세만 해도 도입된 지 20여년이 넘는 오늘날까지도 기장없이 장사하는 과세특례자가 40% 수준에 상당하는 등 근거과세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번의 세제·세정 중장기 기본방향은 이러한 폐단·폐해의 시정과 후진을 탈피, 선진 세제·세정을 지향하고 있다. 조세체계의 단순화, 근거과세 확립, 세정의 합리화·선진화, 조세정책의 일관성, 소득세와 재산보유 과세의 강화, 상속세·증여세의 강화등을 내걸고 있다.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모든 중·장기 계획이 그렇듯이 방향제시나 목표설정은 사실상 교과서적이므로 그 자체가 잘못되기는 어렵다. 이번의 세제·세정중 장기발전방향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역시 실행계획이다. 재정경제원이 내년에 상속세·증여세등을 중과세하고, 휘발유·경유등 석유류제품 등에 관한 세율을 높이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상속세의 경우 기업소유주가 자손에게 주식과 함께 경영권을 물려주는 경우 주식만 넘기는 경우보다 차등을 둬 비상장주식 상속의 경우처럼 주가를 시가보다 10% 할증한 뒤 세금을 부과키로 한 것은 유의할 만하다. 이 차별의 목적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유도하는데 있다면 10%의 할증률이 효율적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한편 상속·증여세의 과세 최고 계급을 현행 5억5천만원, 3억원보다 대폭 상향조정 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상속세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므로 상향조정폭이 지나치게 높아서는 곤란하다.
전반적으로 봐 공평과세와 근거과세의 방안이 보다 뚜렷이 제시되지 못한 것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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