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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격제의 요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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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격제의 요건(사설)

입력
199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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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품의 가격표시제도가 바뀐다. 현재 가전제품, 의류, 화장품, 가공식품류등 상당수 공산품의 경우 메이커가 공장도가격뿐만 아니라 소비자권장가격까지 결정, 표시하고 있는 것을 백화점등 산매상이 소비자가격만을 임의로 결정, 부착토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가격표시제도 개선목적은 산매상간의 상호경쟁에 의한 가격파괴를 유도하여 소비자도 보호하고 물가안정에도 기여토록 하자는 것이다.현행의 공산품가격표시제도가 과도한 중간유통마진을 축소하여 소비자가격을 합리화한다는 당초의 목적에 전혀 부합되지 않게 파행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므로 이를 폐기하는 데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새로운 가격표시제도가 기대대로 가격파괴를 가져오리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물가당국자는 이점에 유의해야 한다.

산매상이 소비자가격을 표시한다고 해서 반드시 가격경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메이커가 소비자권장가격을 부착하는 현행 가격표시제 아래에서도 산매상간의 가격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오랜 상거래관행에 크게 좌우되는 것같다.

제도변경이나 개정때마다 늘 언급되는 것이지만 이번에도 제도 그 자체보다는 운용이 중요하다. 산매상의 자유가격표시제가 백화점등 유통업체의 상호경쟁에 의한 가격인하를 겨냥한 것이고 보면 우선 유통업체가 사활적인 경쟁을 하도록 관련된 체제·제도도 역시 바꿔 주어야 한다. 한마디로 경쟁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유통관련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풀어야 하는 것은 판매에 관련되는 것이다. 일례로 세일판매는 유통업체 자체에 맡겨야 한다. 가격파괴형의 대형소매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백화점의 세일판매횟수 등을 규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단속해야 하는 것은 세일판매라 하여 저질품이나 조악품을 판매하거나 가격을 고의적으로 높이 책정하고서 크게 할인해 주는 것처럼 속이는 것과 같은 위장세일판매다. 미국같은 세계최대 소비시장은 사실상 연중세일이다. 신년세일, 춘계세일, 부활절세일, 독립기념일세일, 추수감사절세일, 크리스마스세일등 구실이 없어 세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세일이 많다. 산매상의 자유가격표시제가 미국식 제도라면 여건도 가능한 미국식의 시장경제체제를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가격과 품질등 상품정보를 충분히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고 산매상간의 경쟁도 적극 유발할 수 있다. 소비자정보 확대방안도 마련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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