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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축제마당 주객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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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축제마당 주객전도

입력
199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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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행사 “향수” 직장인·“호기심” 청소년 북적/「열린마당 제공」·「일부 유흥가 방불」 명암 교차『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

5월은 중간고사를 끝낸 대학생들이 축제분위기로 한창 들뜨는 계절. 그러나 최근 전국의 대학캠퍼스의 축제마당마다 중고생 직장인 주민 군인등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몰려들어 정작 「주인」들을 한편으로 밀어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부터 대동제를 시작한 고려대 연세대에는 하오 5시께부터 5∼6명씩 무리를 지어 몰려온 중고생과 직장인등으로 캠퍼스전체가 북적거린다.

이들은 대부분 호기심 섞인 표정으로 행사를 구경하는데 그치지만 일부는 『기념농구경기나 팔씨름대회에 직접 참여시켜 달라』는 생떼성 부탁으로 대학생형들을 당황케한다. 특히 교생실습을 나온 사범대생의 인솔로 단체관람에 나선 여고생들이 인기가수가 출연한 특별공연장에 몰려 괴성을 질러대면 대학캠퍼스는 완전히 이들의 수중에 들어간 느낌이다.

대학축제에 무임승차하기는 직장인들도 마찬가지. 20대후반과 30대초가 대부분인 이들 직장인들은 해당 대학 졸업생이 아니더라도 연인과 함께 젊음이 넘치는 캠퍼스를 찾아 학창시절 누리던 낭만을 반추한다.

손님에게 안방을 내준 처지가 됐으면서도 대학생들은 이들 불청객들의 동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주민등과의 만남의 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지만 분위기를 흐리는 일부 몰지각한 손님에게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 밖으로 몰아낸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호랑이 포졸단」을 조직, 술에 취해 고음방가를 일삼거나 은밀한 곳에서 낯뜨거운 광경을 연출하는 이들 「외인부대」들을 가차없이 솎아내고 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 문화국장 김현조씨(23·행정학과 4년)는 『대학축제가 대학생만의 배타적 공간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많은 불청객들로 인해 원래의 취지가 퇴색되는 측면도 있다』고 시인한뒤 『대학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부 방문객들의 퇴폐적 행태의 추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주객이 바뀐 모습은 서울대앞 신림동 녹두거리와 연대·이대·홍대가 몰려있는 신촌거리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학가는 밤이면 주변지역에서 몰려든 청소년과 직장인들로 넘친다. 상인들은 『주말에는 중고생과 군인·직장인등이 거리를 메워 대학가인지 일반유흥가인지 구별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가는 아니지만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도 원래 이름과는 전혀 동떨어진 「군인로」로 변해가고 있다.

전국 각지의 부대에서 전역명령이 떨어지는 매주 목요일 늦은밤마다 「사제인」으로 되돌아온 전역군인들의 우렁찬 군가소리가 대학로를 진동시킨다. 낯선 군대용어를 써가며 위풍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의 모습에 압도돼 나들이나온 젊은 연인들은 황급히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동숭파출소 방범원 조규광씨(43)는 『평소 대학로를 찾는 사람의 절반이상이 청소년들인데 최근에는 10여명씩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장병이나 제대군인들이 급속하게 거리를 「점령」해가고 있다』며 『이미 청소년의 거리로 변한 대학로가 조만간 군인의 거리로 또다시 바뀔날도 멀지 않은것 같다』고 말했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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