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생활비·높은 음악 수준·순박한 이웃…/무엇보다 「남들 안가는 곳」이 여기 매력”『남들이 모두 가는 미국이나 유럽은 싫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차이코프스키음악원에 재학중인 김아림씨(21) 박은아양(20)은 방사능이 두렵지않은 겁없는 젊은이들이다. 소련연방해체후 사회주의 색채를 벗느라 사회가 불안한 우크라이나에 김씨는 93년, 박양은 94년에 유학왔다.
지난달 26일 체르노빌참사 10주년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키예프 독립기념광장에서 만난 이들은 『방사능공포가 여전한 상태지만 방학때 귀국해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 괜찮을 것』이라고 당차게 대답했다.
키예프음악원 한국인유학생 1호라는 김씨는 『93년 당시에는 화장지 비누등 생필품은 물론 야채나 빵등 식품을 살만한 곳도 마땅치 않았다』며 『현지 한인교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외로움과 불편함을 고교2년생의 어린나이로는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위의 도움을 고마워했다.
생활은 불편하지만 키예프음악원은 저렴한 학비와 생활비, 높은 교육수준으로 유학환경이 괜찮은 곳이다. 한해 등록금이 2,000달러. 우리나라 한학기 등록금에도 못미친다. 또 방2개짜리 아파트와 식비등을 포함해 250달러면 한달이 걱정없다.
이들은 『음악학도들은 줄리어드음악원,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음악원이나 빈 국립음대등 학비와 생활비가 한해 몇만달러씩이나 드는 곳만 떠올리지만 구소련은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음악수준은 세계적』이라고 말한다.
키예프음악원에는 지휘자 로만 코프만, 피아노의 아가리아 미하일로비치, 오르간의 갈리나 빅크피라브나등 세계음악계의 거장들이 교수진으로 포진하고 있다. 이곳에서 김양은 피아노, 박양은 오르간을 전공하고 있다.
박양은 『교수들이 경제적으로 궁핍해도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아 순수하다』며 『후계자처럼 학생들을 성심성의껏 지도하는데 놀랐다』고 한다. 실제로 유명교수에게 한번 개인교습을 받을 수 있는 비용도 10달러 정도로 저렴하다.
김씨와 박양은 또 『도시전체에 흐르는 탄탄한 문화적 분위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느낄수 없는 것』이라며 『경제사정은 어려워도 매주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라트라비아타 카르멘등은 예매를 하지않으면 볼 수 없을 정도로 현지인의 예술적 관심이나 소양이 대단하다』고 말했다.<키예프(우크라이나)=정덕상 기자>키예프(우크라이나)=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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