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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명 구하고 숨져간 동직원/반포3동 동사무소 윤광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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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명 구하고 숨져간 동직원/반포3동 동사무소 윤광섭씨

입력
199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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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불 세입자 대피시킨후 질식사20대 동사무소 직원이 한밤 화재현장에서 10여명의 시민을 구하고 연기에 질식해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3동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윤광섭씨(29)는 7일 밤10시25분께 자신이 살고있는 관악구 신림5동 4층건물에서 불이나자 10여명의 세입자들을 모두 대피시켰으나 자신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윤씨는 빌딩 지하 1층 봉제공장 직원의 『불이야』 소리를 듣고서 화재가 발생한 것을 알았다. 4층 살림집에 있던 부모님과 3형제들과 함께 황급히 대피하던 윤씨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계단을 타고 번지기 시작한 화염과 매운 연기는 건물 전체를 뒤덮어 한치 앞이 보이지않았다. 동생 봉섭씨(26)가 연기에 질식한 듯 계단입구에 축 늘어져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윤씨의 뇌리에는 3층에 살고있는 박준용씨(50) 일가족등 세입자 10여명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부모님을 아래층으로 탈출시킨 윤씨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불속으로 뛰어들었다. 불이 난 지도 모르고 단잠에 빠져있던 박씨 일가를 깨워 탈출시킨 뒤 또 다른 2가구의 문을 두드렸다.

세입자들이 모두 빠져나오는 데는 10여분이 걸렸다. 불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번져있었다. 계단은 봉제섬유가 내뿜는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다. 화상을 입고 건물밖으로 빠져나온 가족들과 세입자들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윤씨가 빠져나오기만 기다렸다.

1시간만에 불길이 잡힌 뒤 경찰은 잠긴 옥상 문앞에서 옷이 찢긴채 질식해 숨져 있는 윤씨를 찾아냈다. 목숨을 건진 세입자들은 윤씨의 주검앞에서 『우리대신 죽었다』며 오열했다.<유병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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