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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비상/주력 상품들 일제히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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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비상/주력 상품들 일제히 부진

입력
199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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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맥못춰/30% 신장세가 5월 들어선 감소세 급락/신3고탓도 있지만 허약체질 주원인/장기전략 마련을수출전선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30%의 신장세를 보였던 수출증가율이 4월들어 2년여만에 한자리수(5.5%)로 뚝 떨어진데 이어 급기야 이달들어 5일 현재 감소세로 반전했다. 특히 최근의 수출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것으로, 국내경기 전반에 주름살을 깊게 하면서 우리 경제를 선진국문턱에서 주저앉게 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수출전선의 이상이 감지되자 부랴부랴 지난 주말 업종단체대표들을 불러 수출촉진대책회의를 열었고 7일에도 종합상사 관계자회의를 소집하는등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종합상사와 수출업체들도 현지 지사망과 비상연락망을 가동하는등 위기관리체제에 돌입할 태세다. 수출 1,000억달러 돌파를 자축한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정부와 업계가 위기의식을 갖고 움직이는 것은 수출실적이 예상보다 워낙 좋지않기 때문. 수출증가율이 둔화되는 것도 문제지만 수출의 질이 불길하다. 그동안 수출을 주도해온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등 중화학공업제품이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수출의 효자노릇을 해온 반도체는 지난해 70%를 웃돌던 수출증가율이 1·4분기(39억달러) 57.2%로 둔화되더니 4월에는 20일 현재 3%로 급락했다. 철강도 올들어 20일 현재 수출은 22억6,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5.4%나 감소했다. 지난해 1∼4월에는 29.8%나 증가하며 수출을 주도하던게 바로 철강이었다.

자동차는 1·4분기 수출이 24.2% 늘어났으나 4월들어서는 증가율이 1.2%로 떨어졌고 지난해 1∼4월 무려 95.4%나 늘었던 석유화학 수출은 올들어 20일 현재 2.5% 감소세로 반전했다. 조선은 1·4분기에 63만톤을 수주해 전년 동기의 절반에 그쳤다. 4월들어 20일 현재 중화학제품 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가 감소했다. 이미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경공업제품의 공백을 메워주던 중화학제품 수출마저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

(주)쌍용의 허찬 이사는 『주요 품목의 수출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수출가격 하락으로 수익성까지 나빠져 큰 일』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16메가D램값은 4월 평균 개당 24.5달러로 1년전에 비해 55.7%나 폭락했고 철강의 냉연강판은 1년전에 비해 4.9%, 석유화학은 10%내외로 떨어졌다.

종합상사의 유화와 철강담당자는 4월에는 손해보면서 파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수출부진의 요인으로는 국제가격 하락과 함께 달러화에 대한 원고(원화가치상승)및 엔저현상, 국제원자재값 상승, 국제금리상승등「신3고」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주)선경의 유재홍 이사는 『해외시장에 내다팔만한 상품이 별로 없고 더 큰 문제는 반도체의 뒤를 이어 수출을 이끌어갈 선도제품이 아직 떠오르지 않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한걸음 더나가 『최근의 수출부진은 환율이나 선진국시장의 수요에 민감히 반응하는 우리 수출산업의 허약한 체질에 기인한다』고 진단하고 외부 환경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수출대표상품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소장은 정부는 수출이 안된다고 미봉책을 내놓을게 아니라 차제에 허약한 수출업체의 체질을 강화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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