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정치 청산·정책정당 부각/체감 개혁·대선 체제정비 과제이홍구전총리의 신한국당대표 기용에는 여러가지 정치적 메시지가 함축돼있다. 무엇보다 확고한 친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김영삼대통령의 임기말 정국운영복안이 드러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정치신인인 이대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그동안 여권이 주장하던 세대교체논리를 거듭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여기에 조기대권경쟁보다는 정책정당이미지 제고를 통해 야당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겠다는 대선전략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강력한 친정체제의 의미는 우선 신임 이대표의 무색무취한 정치적 색채에서 발견된다. 이른바 「관리자」로 요약되는 이대표의 위상은 여당에 대한 김대통령의 직접적 통할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다. 일견 대권과 무관해 보이는 그의 중립적 입장은 대권논의를 당분간 불허하겠다는 김대통령의 강한 의중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임기말 권력누수 방지에 대한 김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읽은 대권주자들의 행동반경은 자연히 축소될 전망이다. 본격적인 대권경쟁에 대비한 주자들의 활동은 준비운동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대권논의의 잠복기는 금년말까지 계속될 공산이 크다.
대권논의가 중단된 상태에서 신한국당이 실현하려는 과제는 크게 보아 두가지이다. 대외적으로는 김대통령이 추진해온 개혁을 마무리짓는 일이고 대내적으로는 내년 대선에 대비한 체제정비라 할 수 있다.
당내에서는 총선후 『이제는 체감개혁을 해야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있다. 그동안 추진해온 총론적 개혁을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각론적으로 완성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행정부 경험을 쌓아온 이대표에게 기대를 거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본격적인 대선무드가 조성되기 전에 정책정당의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대야비교우위를 노린 대선전략이기도 하다. 김대통령이 7일 전국위에서 새 정치 구현과 지속적 개혁을 거듭 강조한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신한국당은 동시에 부실지구당 정비등 내년 후보경선및 대선 본선에 대비한 내부정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한국당을 보다 실질적인 「YS당」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총선을 통해 이뤄진 계파와해는 더욱 급속히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예선단계에서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도록 경선제도의 틀을 바꾸는 것도 신한국당의 내부적 과제이다.
이같은 복합적 목표를 신임 이대표가 과연 오차없이 구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다양한 행정경험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으로서 이대표는 초년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표 개인으로서는 그런 점 때문에 더욱 큰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가 유약한 이미지를 극복하고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일반적 예상을 넘어 강력한 대권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대권주자들이 그의 기용을 환영하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이대표기용은 여권 전체로서도 실험이 아닐 수 없다. 정치적 세대교체의 의미가 강조되는 만큼 그 성과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대표체제의 성공여부는 여권 대선가도의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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