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학건물 컴퓨터시스템화”/도서관정보온라인 기숙사·가정서 이용/산학협동 강화 매년 3억달러 지원받아/외국인학생 19%·1개 외국어구사 권장 대학세계화 앞장교육, 특히 대학교육은 국가경쟁력의 밑바탕이다. 미국의 명문대학들은 현재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세계의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컬럼비아대학을 찾아 21세기를 향한 대학의 변신을 살펴본다.<편집자 주>편집자>
뉴욕시 맨해튼의 도심에 터를 잡은 컬럼비아대는 아담한 캠퍼스와 고풍스런 석조건물이 남쪽의 맨해튼 빌딩숲과 대비되며 특유의 학구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 대학 숙원사업인 도서관의 첨단정보시스템이 거의 완성단계에 있고 저널리즘 스쿨등 캠퍼스 곳곳에서 개축공사가 진행중이다. 21세기 정보화시대에 대비해 97년까지 모든 대학건물에 컴퓨터등 첨단시설을 갖춘다는 목표아래 혁신작업이 한창이다.
1754년 킹스 칼리지로 개교한 이래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컬럼비아대의 심장부 버틀러 도서관은 명문의 전통을 유지하려는 이 대학의 노력과 각오를 한눈에 보여준다. 660만권의 책과 490만개의 마이크로필름등을 소장한 버틀러 도서관은 학문과 문화의 보고라는 명성에 더해 뛰어난 컴퓨터 시스템을 자랑한다. 94년부터 2,000만달러가 소요되는 도서관 전산화작업을 시작한 컬럼비아대는 이미 컬럼비아도서관정보온라인(CLIO)을 구축했다. 학생들은 기숙사 또는 가정에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없이 CLIO에 접속,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 자연계는 물론 인문계 학생들도 정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건 기본이다. 이 대학은 내년까지 도서관에서 디지털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컬럼비아대는 첨단기술을 인문과학에 활용하는 첫 단계로 세계사를 시대별로 정리, 전산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공대등 8개 단과대학에 멀티미디어 교실을 설치중이다. 현재 멀티미디어 수업은 화학과 고고학등에서 시범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교수와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에 본부를 둔 컬럼비아대는 지역특성에 따라 전통적으로 저널리즘, 로스쿨, 공학, 의학등 실무위주의 학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최초로 1770년부터 의학박사 학위를 수여해온 의대의 경우 미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지난해 1억5,400만달러의 연구기금을 받았다. 이는 미국 전체대학중 4번째로 많은 액수이다. 세계최초로 레이저를 의술에 도입하고, 어린이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하는 등 첨단의료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실제 크기와 똑같은 좌심실보조기구(LVAD)를 개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컬럼비아대측은 심장이식 수술을 한단계 발전시킨 LVAD를 배우기위해 한국등 세계각국의 의료진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전자, 기계등 공대도 미래에 대비한 노력을 한층 더 기울이고 있다.컬럼비아대측은 지난해에만 연구진의 로열티와 라이선스로 4,3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인 94년의 3,385만달러보다 27%나 증가한 수치이며 올해에는 5,000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컬럼비아대측은 이밖에 해마다 정부와 기업등으로부터 3억달러정도의 연구기금을 받고 있으며, 이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 연구업적에 따라 각 연구소에 배분된다고 설명했다.
개리 자르 행정부총장은 『미국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응용과학의 발달이 절실하다』며 『우리 대학은 산학협동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컬럼비아대가 기초과학 분야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물리학과 경우 단일대학으로는 최대인 2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화학과는 교수진이 20명에 불과하지만 1인당 연구능력이 세계최고 수준이다. 크고 작은 기초과학 연구소만 50개가 넘는다. 조지 프린 교수(화학)는 『눈앞의 이익에 연연해 대학 본연의 연구활동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며 『이론과 실무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컬럼비아대는 조지 루프 현총장이 취임한 93년 7월 이후 학부생의 커리큘럼 조정작업에 나서는 등 학부과정을 강화했다. 대학원과 전문과정등에 치중해 학부과정에 다소 소홀하다는 지적이 일자 학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커리큘럼을 연구했다. 커리큘럼은 주로 물리와 화학등 기초과목과 외국어 이수를 강화했다. 특히 1947년부터 동양인문사를 강의해 온 컬럼비아대는 학부생들에게 영어이외에 한국어를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등 최소한 1개의 언어를 구사토록 하고 있다.
학부와 대학원생을 포함한 전체 학생 2만200명의 19%에 달하는 3,762명(한국 352명)이 외국 유학생이어서 캠퍼스에 자연스레 다민족문화가 형성돼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자르 부총장은 『전세계 136개국 두뇌들이 함께 공부하는 다양성 자체가 학생들에게 훌륭한 스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컬럼비아대 연구소 현황/기초·응용과학분야 연구소만 104개/라몬트도허티 관측소·로봇연 자랑
컬럼비아대에는 기초와 응용과학 연구소만 104개가 있다. 이중 라몬트 도허티 지구관측소와 로봇연구소는 이 대학의 자랑이다.
1949년 허드슨강가에 세워진 라몬트 도허티 관측소는 지진 기상 해양 암석 대기등 지구와 관련된 모든 학문을 망라하며 200명의 과학자와 300명의 대학원생이 미 항공우주국(NASA) 자연사박물관등과 공동연구를 한다.
산하의 엘니뇨 연구소는 86년 세계최초로 엘니뇨를 예보할 수 있는 컴퓨터 모델을 개발, 전세계 농업, 환경전문가에게 자료를 제공한다.
지진연구소는 「내진설계기준」을 작성, 지난해 2월부터 뉴욕시 신축건물에 적용하고 있다. 뉴욕은 그동안 지진에 무방비 상태였으나 3층이상 건물은 기준을 만족시켜야 건축허가를 내준다.
지진연구소는 로키산맥 동쪽도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며 특히 건물과 다리등이 노후화한 뉴욕의 경우 지진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해양연구소는 해양미생물과 심해퇴적물 연구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로봇연구소는 공장자동화와 차량 항공기 선박등을 조종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슈리 나야르 박사팀은 3차원의 물체를 인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이 방면에서 6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인터뷰/컬럼비아대 총장 조지 루프 박사/“과감한 투자·혁신이 생존의 길/2000년까지 22억달러기금 조성”
마흔살의 젊은 나이에 컬럼비아대 총장에 오른 조지 루프 박사(43)는 『무한경쟁시대에서는 과감한 투자와 혁신만이 명문대학의 명성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신학박사인 그는 『훌륭한 교수진, 도서관과 연구시설의 현대화, 학제간 공동연구등은 대학발전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취임후 학부과정을 강화한 이유는.
『컬럼비아대의 대학원과 전문교육과정은 국제적 명성을 지니고 있다. 유수의 연구대학으로 남기위해 최고의 교수진을 전세계에서 초빙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우수학생을 길러내는 게 중요하며 이는 학부에서부터 시작된다』
―학제간 공동연구도 강조하고 있는데.
『이미 50년대 물리학자인 C 스노는 학문을 인문과 자연으로 구분짓는데 반대했다. 공동연구는 학문의 발전을 위해 불가결하다. 일례로 환경문제는 지구과학, 경제, 농업 전문가등이 힘을 합쳐야 올바른 답을 구할 수 있다』
―컬럼비아대의 특징은.
『무엇보다 세계 중심부인 뉴욕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들 수 있다. 한해 학부 입학생이 1,400명 정도로 아이비 리그중 규모는 가장 작지만 학생들은 국제감각과 첨단산업에 익숙하다』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학생들의 삶의 질은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학부생의 90%가 각방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지원삭감에 관계없이 장학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나 자신이 1930년대 대서양을 건너온 이민의 후손이기에 이민 2세들과 외국 유학생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컬럼비아대의 재정상태와 앞으로의 전망은.
『대학시설을 첨단화하고 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지난 학년도의 경우 졸업생등으로부터 1억5,000여만달러의 기부를 받았다. 올해부터 2000년까지 계속되는 기금모금사업인 「캠페인 포 컬럼비아」를 통해 22억달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와 교육에 충실해 21세기에도 최고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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