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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장한 어버이상 받는 김효식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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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장한 어버이상 받는 김효식 할머니

입력
199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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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또준 희생 한평생,8순의 이 어머니…/40년간 홀몸으로 4남매 대학 뒷바라지/9평 아파트서 뇌성마비 막내딸 병수발풍상을 겪은 팔순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짜증스러움이 깃들일만 한데 자상함과 다사로움만이 남아있다. 어머니 얼굴이다. 김효식할머니(84·서울 은평구 녹번동)는 7일에도 뇌성마비로 거동을 못하는 막내딸 박봉희씨(48)의 아침 뒷바라지로 하루를 시작했다. 막내 병수발을 하면서 5남매를 키워낸 김할머니에게는 지난 40년이 하루같다.

어버이날인 8일 「장한 어버이」서울시장상을 받는 김할머니는 「장한 어머니」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 홀몸으로 키워 대학까지 졸업시킨 4남매는 벌써 50대에 접어들었지만 잘 입히고 잘 먹이지 못한것을 아쉬워하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병에 걸려 거동을 못하는 막내딸도 자신의 잘못인 양 안쓰럽기만 하다.

막내딸이 뱃속에 있던 48년 적십자병원장이던 남편 박응천씨가 급환으로 숨지면서 김할머니의 고난은 시작됐다. 남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5남매와 시부를 이끌고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김할머니는 닥치는대로 삯바느질과 행상을 했다. 6·25 전쟁을 치르고 큰 아이들이 제몸을 추스를 때쯤 되자 손 마디마다 바늘자국이 꼭꼭 들어박혔다.

유달리 총명하던 8살배기 막내딸의 사지가 굳어오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용하다는 병원과 의원을 찾아다녔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김할머니는 거동을 못하게 된 막내딸의 대소변시중등 병수발을 하느라 40년동안 외출 한번 제대로 못했다. 9평짜리 시민아파트에 사는 김할머니는 구청등에서 보조하는 생활비로 근근히 생계를 잇고 있다.

막내딸 봉희씨는 몸은 성치 못해도 노모의 목숨을 두차례나 구했다. 지난 겨울 김할머니가 연탄가스를 마시고 실신하자 침대 머리맡의 전화기를 들어 119구조대에 신고해 재빨리 조치를 취한 것이 봉희씨의 「최선의 효도」였다.

정갈하게 정리된 김할머니의 방에는 3년전에 간질환으로 세상을 뜬 장남과 고려대를 졸업한 차남, 연세대를 졸업한 3남, 결혼한 뒤 야간으로 덕성여대에서 학위를 받은 장녀의 사진이 걸려있다. 큰며느리가 생활고를 못 이겨 가출한 뒤 6살때부터 키워 얼마전 장가를 보낸 큰손자 준범씨(29)도 김할머니에게는 큰 자랑이다.

자식과 손자 뒷바라지로 일생을 보낸 김할머니도 80줄에 찾아온 신경통은 고달프다.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을 때마다 김할머니는 당신의 고통보다 내년에 환갑이 되는 장녀가 무릎이 시리지나 않은지 걱정이 앞선다. 어버이의 사랑은 끝이 없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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