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는 그 나라의 경제력과 함께 정치적 위엄을 상징한다. 두달 전부터 전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1백달러짜리 새지폐는 그런 점에서 냉전종식후 팍스 아메리카나의 절정에 오른 미국인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대개 지폐를 반으로 접어 갖고 다닌다. 따라서 지폐가 제일 상하기 쉬운 부분이 이 반으로 접히는 곳이다. 1백달러 신권은 이점을 고려해서 전에 한가운데 있던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을 약간 왼쪽으로 옮겼다. 온 미국인이 숭배하는 인물의 얼굴이 훼손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그러나 신권발행의 가장 큰 목표는 위조방지다. ◆미 재무당국은 이런 뜻으로 새 돈을 찍어 내고 있지만 요즘의 위조기술로 볼때 1백달러 신권의 효력이 얼마나 갈지 의문이다. 물가가 불안해서 달러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벌써 가짜 1백달러 신권이 적발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새 돈의 수명도 얼마 못가 끝나고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더 정교하게 고안한 지폐를 만들어 내야 할지 모른다. ◆이처럼 지폐의 훼손이나 위조를 피해 가는 방식으로 새 지폐를 발행한다는 것은 바로 오늘의 미국을 가능케 한 미국인의 용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라는 것이 미국사회 일각의 자성이다. 그것은 마치 공원에 숲이 우거져 우범지역이 됐다 해서 나무를 베어내 밖에서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달러위조를 없애자면 수사력을 대폭 강화해서 범죄조직을 남김 없이 분쇄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북한의 김정일정권이 국가단위로 달러를 위조하고 있다는 증거가 각국에서 자주 포착되고 있다. 이런 정권적 파렴치 행위는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이웃 공산국가에서는 없는 일이다. 김정일의 「막가기」를 겁내 이를 피해 가는 것이라면 세계에 군림하는 미국에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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