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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 염무웅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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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 염무웅 교수 인터뷰

입력
1996.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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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대 상호작용에 최대 관심”/리얼리즘 입각 민중의 고뇌·전망 그린 작품 주로 다뤄/창비 발행인·민예총 이사장 등 역임 실천적 삶에도 충실한국일보사 제정 「팔봉비평문학상」이 7회를 맞았다. 팔봉의 11주기를 맞아 수상자로 선정된 염무웅 영남대교수(55)는 64년 신춘문예 당선으로 평론활동을 시작, 한국문학에서 민족·민중적 정신을 일관되게 읽어내면서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누구보다 열정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수상자 인터뷰와 심사경위, 심사평, 역대 수상자등을 싣는다.<편집자 주>

염무웅씨는 평론활동 30여년 동안 수상작 「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창작과비평사)등 3권의 평론집을 냈다. 동년배의 중진 평론가들에 비해 과작(과작)이라 할 수 있는 그의 글이 지향하는 지점은 평론집의 제목을 통해 간명하게 드러난다. 76년 나온 첫 평론집 「한국문학의 반성」(민음사)과 79년에 낸 「민중시대의 문학」(창작과비평사), 그리고 이번 수상작에서 그는 한결같이 문학이 시대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의 모순과 고민에 반응하고 대답하는 문학, 이른바 민중의 고뇌를 예술적으로 실어내면서 그 전망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작품과 작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위대하지 않은 삶이 위대한 문학을 낳을 수 없다」는 지론대로 그의 「문학」 역시 일정한 부분 실천과 공유한 것이었다. 그는 민족문학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창작과비평사의 편집인, 주간, 발행인을 지냈다. 또 80년대 문학출판과 관련해 정보기관으로 자주 연행당했고, 93∼95년 민예총 공동의장과 초대 이사장을 지낸 경력을 가졌다. 그의 문학생산물이 적은 이유도 이같은 경력으로 적으나마 변명될 수 있을 것이다.

염교수의 비평활동은 어떤 면에서 팔봉의 그것과 흡사한 점이 있다. 1920년대초 「백조」를 중심으로 한 낭만주의자로 문학활동을 시작한 팔봉은 곧 카프의 대표적 비평가가 됐고, 6·25를 거치면서 계급주의사상과 결별한다. 「작가의 사명감은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데 있다」는 정신으로 살아 온 팔봉만큼 염씨의 비평도 시대적 요청과 긴밀히 관련되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

그러한 태도에 따라 염교수는 당연히 리얼리즘을 최선의 문학방법론으로 인식했고, 통념에 따라 추켜 올려진 작가들의 문학을 재평가했다.

70년대 초반 서정주의 시를 논하면서 「그가 의도한 관념적 목표가 허황된 것」이라거나 「서정주가 지금 시적으로 실패하고 있다」고 말하고 윤동주를 「시대적 현실에 대한 예민한 의식이 그를 괴로움의 악순환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평가한 것이 그런 예에 해당한다.

하지만 평론서로는 16년만에 낸 「혼돈의…」에서는 조금은 변모한 기색을 엿볼 수 있다. 「문학을 문학으로서 즐기는 일에 나는 왜 그처럼 인색했던가. …앞으로 쓰게 될 글에서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는 시구절처럼 좋은 것을 스스럼없이 좋다고 말함으로써 그동안의 야박함에 대한 빚을 좀 갚았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이 시대가 「텅빈 영혼의 시대」라는 부정적인 진단을 내리고 있지만, 그는 이제 젊은 작가들의 자유로운 글과 정신에도 눈을 돌리고, 국제화시대 속에서 민족문화를 거론하는 유연함을 보이고 있다.

80년부터 영남대 독문과교수로 재직하는 그는 최근 지병인 당뇨 때문에 주말이면 등산을 하고 있다. 수상소식을 접하고 그는 『비평은 문학의 중심을 잡는 일입니다. 팔봉도 우여곡절의 세월을 보냈지만 앞으로는 글 때문에 작가나 비평가가 탄압받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

◎심사경위/2차 본심 7편중 염씨평론집 만장일치

수상자를 결정하기 위한 작업은 4월초 운영위원회 소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자리에서 유족측 대표인 김복희여사는 금년 수상자는 물론 이전수상자 모두에게 금으로 만든 메달을 기념품으로 전달할 것을 약속했다.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실무책임자들은 이선영 김윤식 김주연 임헌영 네 분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4월22일 제1차 본심에서 심사위원들은 이선영교수를 심사위원장으로 정한 후 수상자는 가급적이면 40대 이상으로 하자는 것, 학술적 연구서는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것, 심도있는 현장평론에 수여하자는 것에 합의했다. 심사위원들은 실무자들이 제공한 25권의 평론집 목록을 참고하여 김종회, 서준섭, 조남현, 염무웅, 유종호, 황광수, 황국명 7명의 평론집을 2차 심사대상으로 결정했다.

5월1일 열린 2차 본심은 7명의 평론집을 대상으로 난상토론을 벌여 3명으로 후보자를 압축한 후 비평적 업적과 평론집의 의미를 하나하나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탄탄한 안목을 지닌 젊고 가능성있는 평론가와 누구나 기억할만한 업적을 쌓은 평론가를 두고, 아니 팔봉비평상의 정신과 방향을 두고 한참 동안 논란이 있은 후에 결정은 의외로 쉽게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다. 4·19세대로서 민중문학과 리얼리즘문학에 남다른 관심을 쏟아왔으며, 자신의 문학적 언어에 실천적 삶의 무게를 온전히 싣고자 부단히 노력해 온 염무웅씨가 수상자로 결정된 것이다.홍정선<팔봉비평문학상 운영위원·인하대교수>

◎심사평/치밀한 분석과 거시적 시대 안목 돋보여

수상작으로 결정된 염무웅씨의 「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는 염씨의 세번째 평론집이다. 30여년에 걸친 씨의 평론활동, 그리고 평단에서의 위치와 우리 문단에서의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씨의 과작은 다소 의외라는 느낌마저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70년대의 정치적 암흑기, 80년을 전후한 정치적 격랑과 광주의 비극, 그 이후의 암울했던 문화적 공황 속에서 과작이나 침묵은 작가에게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씨는 알려져 있는대로, 문학의 정치성, 혹은 이념적 측면을 이 시기에 다각적으로 타진해 왔으며, 때로 운동적 차원에서 이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해 온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활동은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문학인으로서 소홀하게 평가되어서는 안될 자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상이 그러한 공로에 조준되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씨의 이번 평론집은, 어떤 의미에서 그의 이러한 문화운동적 성향을 무색케하는 치밀한 작품분석과 따뜻한 감수성, 그리고 작가 전체를 감싸안는 종합적 판단력이 돋보이는 본격적인 비평서로 우리의 주목을 끌었다. 씨의 비평서에는 확실히 문학의 올바른 진로를 시대적인 틀 속에서 모색하고 고민하는 거시적인 안목과 작가 한 사람 한 사람, 작품 한 편 한 편을 그 내재적 질서를 통해 문학 본연의 힘으로 밝혀보려는 미시적 손길이 공존한다. 이같은 시선과 능력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미덕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었다.

이번 심사에서는 염씨보다 훨씬 연배가 낮은 평론가들의 평론집 여러 권이 함께 거론되었으나, 그들 대부분이 첫 비평서로서, 이 상이 지금까지 보여온 무게와 그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수상작과 같은 반열에 서 있기는 다소 어색해 보였다. 평론을 포함, 모든 문학활동은 작가로서 프로의식에 입각해 있어야 할 것이며, 프로작가라면 부지런한 현장 종사를 통해 질·양면에서 아울러 경의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염무웅씨의 수상은 가장 적절해 보인다는 데에 우리는 합의하였다.<심사위원=이선영 김윤식 김주연 임헌영>

◎역대 수상자·수상작

△제1회(90년) 김 현 「분석과 해석」

△제2회(91년) 김윤식 「작가와 내면풍경」 「우리소설을 위한 변명」

△제3회(92년) 김치수 「공감의 비평을 위하여」

△제4회(93년) 김우창 「심미적 이성의 탐구」

△제5회(94년) 김병익 「숨은 진실과 문학」

△제6회(95년) 김주연 「사랑과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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