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한국적 상황선 오너체제 더장점”/“전문 경영인으로선 대규모투자·신규사업 어려워/상호 지보금지 「신용공황」초래 경제활동 위축 우려”재계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재벌정책」과 관련, 정책담당자들이 기업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선진국의 기업제도를 직수입하려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 그룹기조실의 한 관계자는 『모기관에서 언론기관등에 배포한 28쪽분량의 신재벌정책추진서류를 면밀히 검토했다』며 『한마디로 순진하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수(오너)중심의 재벌경영구조가 결코 민주적 방식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주요 그룹들이 왜 그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고 개혁을 추진해야 의미가 있고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운영의 상부구조인 정치권이 오너체제(3김 맹주체제)를 유지하는한 하부구조인 기업의 오너체제 존속은 불가피하다는 상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모그룹 회장은 『재벌의 행태가 모두 합리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정치체제 아래서 오너체제가 무너질 경우 정치권의 경영간섭으로 민간기업도 3류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오너체제가 단점도 많지만 아직은 장점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만큼 대통령의 권한이 강한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느냐』며 『권력의 중앙집중도가 셀수록 기업의 오너체제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제2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오너체제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H그룹 관계자는 『반도체 자동차 제철등 엄청난 자본과 큰 위험이 따르는 중화학공업 투자와 대형 인수합병(M&A)은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추진하기 어렵다』며 『아직은 오너체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신재벌정책과 관련, 정책당국자들이 흘리고 있는 주주대표소송제 임원선임누적투표제 사외이사제 사외감사제등에 대해서는 실현성도 적고 실현되더라도 실효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별로」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계열그룹사간의 채무보증한도폐지(상호지급보증금지)에 대해서만은 무서워하고 있다. 계열사끼리 채무보증을 서지 못하도록 법제화할 경우 꼼짝없이 지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공정거래위원회)의 안대로 2001년부터 채무보증이 금지되면 30대그룹의 절반가량이 「신용공황」에 직면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또 수천억원 내지는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에 신규로 뛰어들기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채무보증한도폐지문제를 놓고 정부당국과 재계와의 한판승부가 예견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그룹 관계자는 『채무보증한도를 일률적으로 폐지해버릴 경우 대기업체제의 장점을 일시에 잃어 버릴 수 있다』며 『국가적으로 필요한 신규사업이나 현재 상호지보비율이 아주 높은 그룹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재계는 특히 문민정부의 신재벌정책 추진배경을 예의주시하며 정책추이를 관찰하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6공정부도 정권후반기에 신산업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재벌정책을 추진했으나 경제질서를 오히려 흐트려놓고 말았다』며 『재벌의 경제력집중도가 큰 만큼 재벌개혁은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주도면밀하게 추진되어야 경제적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이백만 기자>이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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