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겨루기 당분간 「잠행」 불가피/청와대후보군간 조정역 기대/「관리자」로 끝날지 미지수 「경쟁」에 가세 할지도신한국당대표에 이홍구 전총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여권주변에서는 향후 당내역학구도와 관련한 여러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권논의 중단을 겨냥한 이전총리 카드가 과연 대권가도와 무관할 것이냐는 때이른 전망마저 제기된다.
이전총리의 대표기용은 당초 예상대로 「관리자」가 필요하다는 김영삼대통령의 상황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를 지명한 것 자체가 당분간 대권논의를 금지하겠다는 김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여당대표라는 직책자체가 관리자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상황에서 그 의미는 각별하다. 대권논의를 잠재우면서 동시에 본격적인 대권경쟁에 대비해야하는 이중적 역할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여권내에서는 이전총리가 이같은 역할에 적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잠재적 대권주자들도 이에 이견을 달지 않는다. 우선 그의 경력과 무색무취로 설명되는 정치적 색채가 반발의 여지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전총리의 원만한 성격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실제 대부분 중진들은 이전총리 기용에 대해서 『잘된 일』이라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와 개인적 인연을 맺고있는 인사들도 적지않다. 이회창 전선대위의장은 경기고 동기동창이고, 박찬종전의원은 고교 5년후배이다. 이한동 국회부의장과도 서울법대 동창으로 가까운 관계이다. 최형우의원은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초반부터 이전총리 기용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따라서 대권주자들과 이전총리는 일단 긴장보다는 조화의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대권논의 자제를 당부한 현상황에서 신임대표와 차기주자들의 원만한 관계는 여권내 역학구도의 균형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자연히 이전총리는 김대통령의 의중을 대권주자들에게 전달하는 채널역할과 함께 이들 중진들간의 상호견제를 조정하는 중재역을 맡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여권내에서는 이전총리가 과연 끝까지 「관리자」로만 남을 것인가에 대해 다른 시각도 없지않다. 여당대표라는 자리자체가 주는 정치적 무게와 이전총리에 대한 김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에 비춰볼 때 그의 변신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견해이다.
대권주자들이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룰 경우 그 축이 되는 이전총리가 각광받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사실상 다른 대권주자들의 발이 묶인 상태에서 이전총리가 정치력을 인정받는다면 그 자신이 막강한 후보로도 급부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전총리의 행동반경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대권주자들의 견제가 나타날 개연성도 있다.
중재자와 잠재적 대권후보로서의 두가지 가능성 때문에 이전총리와 대권주자들의 관계는 표면적 조화와 내부견제의 양면성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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