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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첫 문화교류 입증/사료 180년만에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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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첫 문화교류 입증/사료 180년만에 “햇빛”

입력
1996.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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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종때의 조인영 정교회 비추린 신부에 써준 「전별시」/러 동방학연 소장이 마이크로필름 복사 명지대 기증/“미개척 분야인 양국교섭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 평가19세기초 한국과 러시아간에 이루어진 최초의 문화교류 사실을 입증해주는 사료가 180년만에 공개됐다.

이 사료는 조선후기 헌종때 영의정을 지낸 조인영(1782∼1850)이 1816년 중국 북경(베이징)에서 러시아정교회 제9차 전도단장 비추린신부(1777∼1853·세례명 야킨프)에게 준 「전별(전별)의 시」로 미개척 분야인 한·러 교섭사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국내 학계는 양국의 첫 문화교류를 1821년 조선사절 이조원(이조원·1758∼1832)과 러시아외교관 팀코프스키의 만남이라고 기록해왔다.

한·러수교 6주년을 앞두고 공개된 사료는 조인영이 비추린신부에게 작별을 아쉬워하며 써 준 오언절귀와 사연을 적은 후서. 3월 방한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소재 러시아사회과학원의 페트로시얀 동방학연구소장이 명지대에 마이크로필름으로 복사, 기증한 것이다.

시는 「상거수만리 동재일천하 타일상사제 지응어풍마(수만리 떨어져 있어도/같은 하늘 아래 있다네/먼 훗날 그리울 때면/천마를 타고 가야지)」라는 내용이다. 후서의 내용은 「병자원월하한 조선조인영서봉 화선생하 여여악라사 화선생회오어옥하관중 기장별야위증일시이증이역지교운」이다.

즉 1816년 1월하순에 옥하관(아라사관의 별칭)에서 만난 화선생(화는 세례명인 야킨프의 중국어 표기 첫 글자)에게 교유를 증명하는 뜻으로 시를 기증한다는 의미이다.

조인영은 1815년 성절사(중국황제의 생일 축하사절)의 수행원으로 북경을 방문했는데 이 시는 헌종때 천주교탄압의 주역이었던 만년의 그의 행적과 정반대되는 열린 세계관을 보여준다. 한·러 교섭사를 전공한 박태근관동대객원교수는 『러시아 동방학연구의 비조인 비추린이 한국학연구 개척은 물론 조선에 관한 두 편의 논문까지 쓴 것은 조인영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명지대는 LG그룹으로부터 6억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11월부터 전개해온 「한국관계 고서찾기 운동」(위원장 유영구 명지대이사장)을 통해 이 자료의 소재를 확인하고 동방학연구소의 도움으로 입수했다.

유이사장은 『한국학자료의 보고인 동방학연구소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속적 교류를 토대로 러시아의 한국학연구결과와 자료를 입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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