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21세기에 대비하자고 말들을 한다. 그래서 세계화 소리가 나온 지도 몇해가 됐다. 좁은 땅덩이의 한계를 벗어나 외부세계로의 과감한 지향과 당당한 경쟁을 도모하자는 뜻이다. 그런데 현실은 아직도 그런 목표나 구호와는 정반대인 경우가 허다하다.그동안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해온 고교의 제2외국어교육이 대학입시제도의 변경 때문에 곧 사라질 위험에 빠져 있음은 사뭇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화라는게 언어의 이해와 매개없이 불가능할진대, 어째서 2세교육의 현장에서부터 세계화에 역행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고교에서의 제2외국어란 불어·독어·중국어·일어·스페인어·러시아어 등 6개국어를 통칭하고 있다. 모두가 우리가 뻗어가야 할 대상국 언어들로 세계 18억 인구의 여러나라가 사용하고 있고 2세교육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언어들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이 외국어들이 93년도까지 대입학력고사 과목에 포함되었다가 94년의 수능시험부터 완전히 배제되었고,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대등 주요 6개대학에서 본고사과목 제2외국어로 채택되더니 97학년도부터는 그나마 본고사가 폐지되는 바람에 학생들이 외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곁들여 교육부의 교육과정개정으로 제2외국어 이수 단위가 종전 8단위에서 4단위로 축소된 것도 또다른 실종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제2외국어교사협의회와 국립대학인문대학장등이 최근 당국에 이의 시정을 건의했지만 채택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무척 답답하다. 학생들의 시험부담 가중과 실업등 다른 과목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당국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 세계곳곳에서 한국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일꾼들은 제2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미 동구권에서는 독일어가 러시아어와 영어를 제치고 제1외국어로 정착하고 있고, 프랑스어도 문화분야뿐만 아니라 첨단산업분야에서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일본어는 중요 산업국으로서의 의미외에도 우리와의 관계 때문에, 중국어는 21세기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대륙의 성장세(세) 때문에 우선적으로 우리가 배우는데 치중해야만할 현실인 것이다.
지금과같은 영어일변도 외국어교육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다시한번 생각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세계적 현실바탕에서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잦은 대입제도의 변경이 가져온 우리사회의 병폐와 낙후성이 과연 대망의 21세기를 맞는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 정부와 교육계의 숙고가 반드시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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