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술·도박·밤샘없는 장례식장을 최근 개원했다고 한다. 가히 혁명적인 장례식장 운영 개선방안이며 환영할만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장례문화를 한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상주 입장에서 보면 친지들의 조문이 큰 위안이 되지만 때론 밤샘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고인(고인)이 오랫동안 병상에라도 누워 있었을 경우 상주의 심신은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특히 사정에 의해 5일장이라도 치르게 되면 유가족들의 피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문상객들은 고맙기도 하지만 쉬는 것을 방해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조문객들의 행태도 한번쯤 짚어 봐야 한다. 고인의 생전 삶을 엄숙히 기리고 유족들의 슬픔을 덜어주기보다 술과 도박으로 밤을 지새는 것이 문상의 본뜻인양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또 상가에 무작정 오래 머물러야지만 상주에 대한 예의라는 인식도 팽배해있다. 물론 분향과 부조금 전달이 끝나기 무섭게 발길을 돌리는 지극히 형식적인 조문태도가 바람직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서로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뜨는게 오히려 유족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뒤에 오는 조문객들이 앉을 자리가 없어 우왕좌왕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줄 필요도 있다. 특히 밤 12시를 전후해서는 꼭 상가를 나서주는게 좋을 것같다. 『밤샘을 하지 않으면 섭섭해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보다 『상주가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일을 잘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겠다』는 식으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장례문화가 잘못됐음을 잘 알고 있는 이들도 막상 스스로가 실제로 이를 개선하는데는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상주가 서운해 할까봐』, 『어떻게 문상객에게 일어서 달라고 할 수 있나』는 조심스러움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세브란스병원의 「3무 영안실」은 한국의 조문문화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최소한 병원영안실에서나마 이같은 조치가 취해지기를 바란다.
좀 거창한 얘기가 될지 모르나 상가에서 밤을 꼬박 밝히는 문상객들의 생산성 손실도 한번쯤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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